사회
12세 성폭행 36세男 '무죄' 선고받은 황당 이유
입력 2024-01-10 10:37  | 수정 2024-01-10 10:58
법원 로고 / 사진 = MBN
검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가해 남성 기소
재판부 "키 커서 만 13세 미만인 줄 몰랐을 수도…성기구 하나에서만 피해자 DNA 검출"
누리꾼 "검찰이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기소했다면…" 아쉬움 드러내

미성년자 딸을 둔 부모가 "딸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며 법적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한부모가정으로 딸을 키우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A 씨는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36살 남자가 12살 제 딸을 성폭행 했는데 무죄라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A 씨의 글에 따르면, 사건은 A 씨의 딸 B 양이 12살이던 지난해 5월 28일 발생했습니다.

당시 B 양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한 남성을 만나게 됐고, 이 남성은 B 양을 차에 태워 무인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습니다.


A 씨는 "딸은 가해자가 내리라고 해서 계단으로 따라 올라갔고 침대가 있어서 모텔인 것을 알았다고 한다"며 "들어가서는 무섭다며 집에 가야 한다고 얘기를 했으나 가해자는 준비해 온 수갑으로 아이를 결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남성은 준비해 온 온갖 성 기구들을 아이에게 사용하고 채찍으로 때리기도 했다. 머리채를 잡고 성행위를 강요하다가 결국 성폭행까지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복이 두렵다'는 딸의 말에 신고를 망설이던 A 씨는 사건 3일 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후 가해자는 같은 해 6월23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법원 '무죄' 선고…이유는?

A 씨가 공개한 판결문 일부 / 사진 = 온라인커뮤니티

A 씨의 글에 따르면, 6개월 간의 긴 재판 끝에 검사는 12년형을 구형했지만, 1월 4일 재판부는 가해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가해자의 차량에서 압수한 성기구 중 하나에서만 B 양의 DNA가 나온 점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B 양의 키가 158㎝로 성인 여성 평균 체격이라 가해자가 14세 이하로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린 겁니다.

A 씨는 "이 일 이후 아이는 불안증세가 심해졌고, 저는 결국 일까지 그만두며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사와 전학까지 하게 됐다"며 "불안증을 견디다 못해 거듭 자해를 하던 아이는 결국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부모가정에 양육비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제가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가해자는 외제차를 몰며 'N번방' 사건 조주빈이 선임했던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도움을 구했습니다.

사연을 접한 한 누리꾼은 "검찰이 '강간죄'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기소했다면 유죄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은 2020년 5월19일 개정된 형법입니다. 기존에는 제1항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에게 죄를 물었는데, 제2항이 추가돼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도 처벌하게 됐습니다.

13세 미만의 사람 혹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이라는 점을 알고 간음하면 성립하며, 폭행·협박에 의하여 간음한 때에는 강간죄가 성립합니다. 피해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본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으며, 접촉 정도에 따라 강간뿐 아니라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도 물을 수 있습니다.

해당 누리꾼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화에서 나온 '14살이다' 등은 오히려 범죄성립에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된다"면서 "항소심에서는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죄,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적용하여 기소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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