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샤워실서 치매 노인 추락사…법원 "요양원 책임"

요양원 직원의 실수로 샤워실에 갇힌 치매 환자가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사한 것은 요양원의 책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김경찬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요양원장 A 씨와 보호사 B 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숨진 치매 환자는 지난 2021년 6월 5일 오전 8시 36분쯤 충북 보은군 내북면 소재의 한 요양원 2층 샤워실에서 창문 밖으로 추락해 변을 당했습니다.

환자는 보호사 B 씨가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샤워실 문을 잠가 갇히게 되자 1ｍ 40㎝ 높이에 있는 창문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요양원 측은 평소 샤워실 내 물기로 인한 낙상사고와 사람이 쉽게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창문 때문에 사고를 방지하고자 평소 샤워실 문을 잠그도록 했습니다. 다만 직원들이 자물쇠를 매번 채우는 일을 번거로워해 원장 A 씨가 경첩고리에 자물쇠를 걸어만 놓도록 지시했고, 그렇게 채워지지 않은 자물쇠를 환자 C 씨가 치우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사고가 났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요양원장 A 씨와 보호사 B 씨는 출입문을 잠근 것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샤워실 문을 제대로 잠가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해야 할 주의 의무가 두 사람에게 있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인지와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치매 환자가 자물쇠를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가거나 문이 잠겼을 때 창문 밖 탈출을 시도하는 일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요양원장 A 씨가 출입문 관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과 보호사 B 씨가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문을 잠근 사실은 피해자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고 유족도 선처를 탄원하는 점은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됐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