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취객' 아니었네…설탕물로 구조한 경찰

저혈당 쇼크와 난간 붙잡은 80대 노인

취객인 줄 알았던 노인이 알고 보니 저혈당 쇼크였고 이를 알게 된 경찰이 노인을 설탕물로 구조했습니다.

오늘(5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2시 56분쯤 대전 유성구 원내동 한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계란을 떨어뜨리고 복도에서 잠들려고 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현장에 온 유성경찰서 소속 진잠파출소 박성인 경감과 한상훈 경위는 80대 노인 A씨가 아파트 9층 복도 난간을 붙잡고 위험하게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술에 취했다는 신고와 달리, A씨로부터 술 냄새가 나지 않아 박 경감과 한 경위는 의아하게 여겼습니다.

A씨 신분증을 통해 거주지를 확인한 이들은 12층인 거주지까지 A씨를 부축했지만, 이 과정에서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경찰들은 A씨 집 현관문을 급하게 두드렸고, 놀라서 울먹이고 있는 아내 B씨로부터 '저혈당 환자'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됐습니다.

영하권으로 추웠던 당시 A씨는 계란 한 판 등을 사서 집에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저혈당 쇼크로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계란을 땅에 떨어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몸이 불편한 아내 B씨도 장 보런 나간 남편이 집에 오지 않자 찾으러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경찰관들은 A씨를 집으로 옮기고 손이 불편한 아내 B씨 대신 A씨에게 설탕물을 조금씩 먹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은 "조금만 넘기세요. 뱉지 마시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아야 한다"라며 직접 A씨에게 숟가락으로 설탕물을 먹였습니다.

10여분 뒤 일부 의식이 돌아온 A씨는 구급차에서 치료받고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A씨는 자신을 도와준 경찰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박성인 경감은 "출동 현장에서 급하게 응급조치해야 할 때는 혹시라도 나쁜 결과가 나올까 봐 걱정도 된다"면서도 "당시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나 몸이 불편했던 할머니가 부모 같았고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