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심어진 나무에서 뻗은 가지가 자신의 집 태양광 패널을 가린다는 이유로 이웃을 살해한 40대에게 2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고법 형사1-2부(김우진·마용주·한창훈 부장판사)는 살인과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43살 남성 A 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습니다.
사소한 갈등이 살해 범죄로
강원 철원군에 자택을 두고 있던 A 씨는 오래 전부터 이웃집에 거주하던 70대 남성·60대 여성 노부부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노부부의 집에 심어져 있던 복숭아나무의 가지가 A 씨 집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가린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A 씨는 밭에서 일하던 이웃집 남성에게 다가가 욕설과 함께 "XX 나무 자르라고"라는 말을 하며 시비를 걸고 남성을 넘어뜨렸습니다.
이에 남성은 "내 땅에 내가 심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A 씨를 피해 집으로 들어갔는데, A 씨는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해 남성을 살해할 마음을 먹었습니다.
같은 날 저녁 A 씨는 주거지에 있던 흉기를 가지고 이웃집 뒷마당으로 찾아가 남성을 넘어뜨린 뒤 얼굴과 어깨 등을 여러차례 찔러 살해했고, 남성과 함께 있던 아내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습니다.
1심보다 줄어든 2심 형량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배우자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내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상해를 입은 아내 역시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등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과거 어깨를 부딪혔다는 이유로 행인에게 상해를 가해 벌금형을 받은 점을 비롯해 택시기사 폭행, 단란주점 종업원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여러 차례 벌금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점을 고려하면 재범위험성도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나뭇가지가 태양광 패널을 가리는 문제로 수년 전부터 갈등을 겪다가 범행에 이른 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유족들은 거부하지만 2,000만 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26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형이 무겁다고, 검사 측은 형이 가볍다고 항소했고 2심 법원은 A 씨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2심 법원은 "1심 때는 이웃집 여성에 대한 특수상해에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2심에서는 자백하고 반성한 점, 피해자 유족들이 피고인 소유 토지에 대한 2억 6,000만 원 상당 부동산 가압류 결정을 받아 금전적인 피해 회복이 어느 정도 가능할 걸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며 1심 형량보다 3년을 줄인 징역 23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이번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해 최종 판단은 대법원 몫이 됐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