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스러운 괴물"…5억 년 전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뭐길래

"5억 년 전 화살벌레,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최초의 포식자"

동물플랑크톤의 일종인 '화살벌레'가 5억 년 전 바다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어제(4일) 극지연구소는 북극에서 찾은 화석을 분석해 화살벌레의 과거 모습을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화살벌레는 현재 바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동물플랑크톤이지만 그동안 진화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3㎝ 미만의 현재 크기로 볼 때 미세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하위 포식자였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극지연구소 박태윤 박사가 주도하고 영국·덴마크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북위 82도에 위치한 북그린란드 시리우스파셋 화석산지에서 평균 길이 10∼15㎝, 최대 30㎝에 이르는 원시 화살벌레 화석 13개를 찾았습니다.

연구팀은 화살벌레 화석 내부에서 다른 절지동물의 파편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약 5억 년 전 화살벌레가 다양한 해양 동물을 통째로 잡아먹던 거대한 최상위 포식자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현미분석기를 활용한 화석 표면 기술을 연구에 이용했으며 이는 5억 2000만 년 전 생물의 내부 장기와 근육 다발 구조 등을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 겸 교신저자인 박태윤 박사는 "5억 년 전 화살벌레는 먹이를 씹어 먹는 다른 포식자들과 달리 통째로 삼키는 최초의 포식자로 추정된다"며 "먹잇감들이 '공포스러운 괴물'을 피해 어떤 생존 전략을 꾀했을지 당시 생태계 진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원시 화산벌레의 취식 특징을 고려해 '티모레베스티아-코프리아이'라는 라틴어 학명을 붙였습니다.

티모레베스티아(Temorebestia)는 '공포스러운 괴물'을, 코프리아이(kopri-i)는 이번 연구를 주도한 극지연구소의 영문 이니셜을 각각 뜻합니다.

원시 화살벌레 화석이 발견된 북그린란드 시리우스파셋 화석산지는 2022년 국제지질연맹(IUGS)이 세계 100대 지질유산으로 선정한 곳으로 현재 극지연구소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장 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게재됐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