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만 울리지 않는 '제야의 종소리'…그 이유는?

제주목관아에 '종'이 없어…'제야의 용고 타고' 행사로 대신
과거엔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사라진 것으로 추정

매년 12월 31일 자정을 맞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리는 '제야(除夜)의 종' 타종 행사는 1953년부터 이어온 한국을 대표하는 새해맞이 행사입니다.

조선 태조 때 도성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걸 알리기 위해 종을 쳤던 것과 한 해의 마지막 날 각 사찰에서 108번 종을 치던 불교행사 등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제야'(除夜)는 말 그대로 '섣달그믐날 밤'을 뜻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어둠을 걷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서울을 비롯해 경기·강원·전북·경남·부산 등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는 새해를 맞이할 때 타종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선 타종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제주목관아에 '종'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제주시청 한얼의 집에서 대형 북인 용고(龍鼓)를 치며 새해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제야의 용고 타고' 행사를 엽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제주에 종이 없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최해산(崔海山)이 1434(세종 16년)년 제주안무사로 부임한 당시 불에 탄 제주목관아를 수리하고 다시 지은 경위를 새겨 넣은 '홍화각기'(1435년, 弘化閣記)에 목관아 외대문 2층 누각에 종과 북을 달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최해산은 고려말 우리나라에서 화약을 최초로 만든 최무선(崔茂宣)의 아들입니다.

당시 외대문은 일종의 '종루'(鐘樓, 종을 달아둔 누각) 역할을 했으며, 새벽과 저녁에 종을 쳐서 통행 시간을 알리고 성문을 여닫았다고 합니다.

탐라순력도 '제주사회' 일부분 / 사진 = 연합뉴스

종은 제주성 서남쪽 20리 밖에 있다 허물어진 절간 묘련사에서 가져왔다고 전해집니다. 실제로 탐라순력도의 여러 그림에는 외대문에 종과 북이 그려진 걸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847년(헌종 13년) 이의식 목사가 종에 금이 생기자 이를 녹여 화로와 무기로 만들었는데, 그 이듬해 부임한 장인식 목사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전라남도 영암 미황사에 있는 큰 종을 사들여 다시 매달았다고 합니다.

한편 이같은 외대문과 종은 1916년 일제에 의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제가 헐어버린 제주목관아를 복원한 지 20년이 넘도록 '종'이 복원되지 않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 보신각 타종 행사처럼 제주에서도 타종 행사를 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주목관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주 역사문화를 연구해 온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제주목관아를 복원하고도 정작 관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종 복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송구영신의 시기가 되면 제주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타종행사가 열리고 있다"며 "탐라의 종이 다시 울리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