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음력설'을 '선택 휴일'로 지정하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공식 우표에 표기된 '중국설(Chinese New Year)' 표기를 '음력설(Lunar New Year)'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2일 열린 제 78차 유엔 총회에서 '음력설'을 floating holiday, 즉 유엔의 '유동적 휴일'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그동안 유엔은 ▲유대 명절 욤 키푸르(Yom Kippur) ▲석가탄신일(Vesak Day) ▲힌두교 명절 디왈리(Diwali) ▲시크교 축일 구르푸랍(Gurpurab) ▲정교회 성탄절(Orthodox Christmas) ▲정교회 성금요일(Orthodox Good Friday) ▲페르시아 새해 명절 '누루즈'(Nowruz) 등 총 7일을 '유동적 휴일'로 지정해 쉬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음력설'까지 유엔 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총 8일이 유엔의 유동적 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여기에 연중 고정 휴일 9개를 더하면 총 17일의 휴일이 생기는 셈입니다. 유엔 기구들은 해당일에 회의 개최를 피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중국어로 게시한 성명을 통해 "음력설의 유엔 휴일 지정 여부는 오랜 기간 우리 중국 직원들의 관심사였다"며 "일부 중국 직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얻고자 '중국설' 대신 '음력설'이라는 명칭의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오늘(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 지금까지 세계적인 기관 및 글로벌 기업에서 대부분이 '음력설'을 '중국설'(Chinese New Year)로 잘못 표기를 해 왔기 때문에 아주 의미있는 소식"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자 신문 1면에 '세계로 향하는 춘제, 춘제를 품는 세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춘제'(春節)는 음력설의 중국식 명칭"이라며 "이번 유엔 결의안을 통해 '춘제만이 음력설'이라는 중국의 문화패권주의적 대외 홍보는 반드시 막아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유엔이 매년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음력설 기념 우표에 '중국설'이 아닌 '음력설'로 표기부터 먼저 바꿔야만 한다"며 이러한 명칭 변화에 대한 대외적인 홍보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설날 영어 명칭 두고 '음력설', '중국설' 논쟁 계속
한편, 설날의 영어 명칭을 두고는 해묵은 논쟁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중국은 설이 자신들이 개발한 태음력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설도 '중국설'로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설날이 중국은 물론 한국과 베트남 등 동양권에서 공통적으로 지내는 명절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지워버리는 표현인 '중국설'이 아닌 '음력설'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렇게 반대되는 주장은 실제 크고 작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설 명절엔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 다니엘이 설날을 '중국설'이라고 적은 새해 인사를 올렸다가 질타가 쏟아진 바 있습니다.
이에 다니엘은 "음력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 및 지역에서 기념하는 명절이기 때문에 저의 표현은 부적절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반대로 영국 박물관은 트위터를 통해 한국 전통음악 공연을 소개하며 '한국의 음력설(Korean Lunar New Year)'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수많은 중국 누리꾼들이 해당 게시글에 몰려들어 "'중국설'이라고 해야 한다"고 비난하자 결국 삭제된 일도 있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문화 알림이'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서 교수가 애플과 나이키부터 유엔까지 '중국설'로 표기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서 교수 SNS를 악성 댓글로 도배하기도 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