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두 딸 살리고 떠난 아빠 발인식..."씩씩하고 좋은 사람"

아내는 중상 입었으나 생명엔 지장 없어
70대 부부가 살던 아파트 301호 안 작은방서 발화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당시 어린 딸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33살 박 모 씨의 발인식이 오늘(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병원에서 엄수됐습니다.

오늘 오전 8시 고인의 빈소에는 마지막 길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조문객으로 가득 찼습니다.

일부 조문객은 빈소 밖에서 고인을 애도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박 씨의 발인식은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유족은 박 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곡을 불렀습니다.

관을 운구차로 옮기자 가족과 지인들은 눈물을 쏟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발인 예배를 집도한 목사는 "모든 여정에 주님이 함께해주시고 부활과 생명의 소망으로 가득하도록 인도해 주시옵소서"라며 박 씨의 마지막을 축복했습니다.

오늘 발인식을 찾은 박 씨의 지인은 "부부가 정말 착하고 바르게 살았는데 마음이 아프다. 너무 씩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황망함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 약학과 출신으로 생전 약사로 일했던 박 씨는 유족과 지인 모두에게 '늘 솔선수범하고 바른 사람'으로 기억됐습니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대학 학생회장과 동아리 회장 등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씨는 성탄절인 지난 25일 아파트 아래층에서 시작된 화재로 사망했습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 4층에서 살던 그는 새벽 시간 301호에서 난 불이 순식간에 위로 번지자 재활용 포대 위로 두 살짜리 큰딸을 던진 뒤 7개월짜리 둘째 딸을 이불에 싸 안고 발코니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박 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딸과 박 씨의 뒤를 따라 뛰어내린 아내 정 모 씨는 생명을 건졌습니다.

척추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은 정 씨는 어제(27일) 오후 5시쯤 박 씨의 입관을 앞두고 빈소를 찾아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 최초 신고자인 10층 거주자 30대 임 모 씨의 발인도 오늘 오전 7시쯤 엄수됐습니다.

부모님과 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가장 마지막으로 집을 나선 임 씨는 연기흡입으로 끝내 사망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2명의 희생자를 낸 화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계속 조사 중입니다.

경찰·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는 사고 이튿날인 그제(26일) 현장 합동 감식을 통해 담배꽁초와 라이터 등을 결정적 증거물로 보고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발화지점은 70대 부부가 살던 아파트 301호 안 작은방으로 특정됐습니다.

경찰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70대 부부가 퇴원하는 대로 입건해 실화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