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후변화·전쟁으로 막힌 항해길…"평균 15일, 23억원 더 든다"
입력 2023-12-27 17:47  | 수정 2023-12-27 18:03
홍해에서 후티 반군세력에 나포된 상선 / 사진=연합뉴스
"파마나·수에즈 운하 막혀서 8000km 돌아가야해"

국제 교역의 주요 항로인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가 기후변화와 전쟁으로 막히며 선박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늘(27일 현지시간) 지난 14일 미국 휴스턴에서 중국 닝보로 출발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퍼시픽 웨이하이호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민간 상선은 두 운하가 모두 막히자, 장정 8000㎞ 돌아가면서 평소보다 15일을 더 허비하고 비용도 180만 달러(약 23억 3000만원)가 추가되는 곤욕을 치렀습니다.

보통 미국 셰일 유전에서 중국의 플라스틱 제조 정유공장으로 LPG를 운반하는 선박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데, 운항 거리 2만㎞, 운항 기간은 30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파나마 운하가 전례 없는 가뭄에 따른 수위 하락으로 선박 통행량을 제한하자, 퍼시픽 웨이하이호는 10일이 더 걸리지만 병목 현상이 없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최단 거리 바닷길로 전 세계 상품 교역량의 12%가 지나갑니다.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선박들 /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곳에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세력인 후티가 버티고 있습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지지'의 표시로 홍해에서 상선 공격을 확대하자 퍼시픽 웨이하이호의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결국 이 배는 지난 18일 수에즈 해협에서 경로를 우회해 파나마 운하 이용보다 15일이 더 걸리는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지난 26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우회항로는 운송 비용을 15% 이상 높인다고 밝혔습니다.

발틱해운거래소의 자료상 지난 14일 기준 미국 걸프만 연안-북아시아 항로의 가스 운반선 용선료는 하루 12만 3000달러(약 1억 6000만원)입니다. 추가로 15일간 배를 빌리면 약 180만 달러(약 23억 3000만원)를 더 내야 합니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량 제한과 후티의 홍해 위협으로 민간 선박들은 기존 항로보다 긴 우회 항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경로 변경은 물류비 급등,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악재가 단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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