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남 침수 때 맨홀 빠져 숨진 남매
서초구 "천재지변으로 사고 예측 못했다"
재판부 "비가 더 적게 내렸을 때도 뚜껑 열렸다"
서초구 "천재지변으로 사고 예측 못했다"
재판부 "비가 더 적게 내렸을 때도 뚜껑 열렸다"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해 8월 남매인 A씨와 B씨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도로를 건너다가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숨졌습니다.
하수도가 넘치면서 약 60kg짜리 맨홀 뚜껑이 날아갔는데, 50대 여성이 뚜껑 없는 맨홀에 빨려 들어갔고 누나를 구하려고 했던 동생도 물살에 휩쓸려 맨홀에 빠지면서 두 사람 모두 목숨을 잃은 겁니다.
실종 이틀 뒤 실종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약 1.5km 떨어진 곳에서 남동생의 시신을 먼저 찾았고, 나흘 간의 수색 끝에 누나도 4.6k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초구가 숨진 남매의 유족들에게 16억 4,7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남매 유족들이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서초구는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면서 배상 책임이 없음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해당 도로의 관리청은 서초구이며 맨홀 설치와 관리 하자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판단입니다.
'천재지변' 때문이라는 서초구 측 입장도 반박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폭우 때문에 맨홀 뚜껑이 열렸다고 해도 과거에 비가 더 적게 내렸을 때도 맨홀 뚜껑이 열렸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며 남매의 과실을 20%로 판단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