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부터 약사로 일해…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
성탄절 새벽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에 어린 딸을 안고 뛰어내려 목숨을 잃은 30대 아빠의 빈소에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어제(26일) 오후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사망한 33세 박 모 씨의 빈소가 동대문구의 한 병원에 마련됐습니다.
유가족과 지인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자리를 지키며 고인을 애도했습니다.
빈소 앞에 놓인 근조화환 중에는 유가족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 짧은 생 멋있게 살다 간다"라고 적힌 조화도 놓였습니다.
자신을 고인의 큰아버지라고 밝힌 유가족은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졌다"며 "가장 예뻐하던 조카"였다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는 "(박 씨가) 재작년에 약사가 됐다"며 "늘 솔선수범해 남을 돕고 정말 법 없이도 살 아이였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모 대학 약학과 출신으로 약사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집니다.
박 씨와 대학 선후배 사이라는 한 조문객은 "책임감이 강하고 학교 다닐 때 뭐든지 늘 열심히 했던 후배"라고 전했습니다.
함께 풍물패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는 친구는 "학생회장도 하고 동아리에서도 회장과 부회장을 맡았었다"며 "너무 좋은 동생이고 친구였다"고 기억했습니다.
박 씨의 가족이 다니는 교회 장로라고 밝힌 조문객은 "늘 과묵하고 청년들을 잘 챙겨주던 좋은 형이었다"며 "배우자도 정말 착하신 분이라 늘 모두에게 모범이 되는 신앙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인이 딸들을 정말 잘 챙기던 아빠였는데 남겨진 두 딸이 제일 안타깝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울먹였습니다.
합동 현장감식 현장. / 사진 = 연합뉴스
고인은 지난 25일 화재가 난 아파트 4층에서 아내와 두 살 배기·7개월짜리 딸과 함께 살다 변을 당했습니다.
박 씨는 아래층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위로 번지자 2세 큰딸을 베란다 밖 분리수거 포대 더미에 던진 후 7개월짜리 둘째 딸을 이불에 싸 안고 뛰어내렸습니다.
포대 위가 아닌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박 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추락사'로 추정됐으며,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받은 둔력에 의해 손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아이와 박 씨를 따라 뛰어내린 아내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집니다.
이 아파트 다른 동에 살던 부부는 6개월 전 더 크고 넓은 집을 찾다 이곳으로 이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사 결과 불이 처음 난 곳으로 추정되는 301호 작은방에서는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나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증거물을 화재 원인 규명의 결정적인 단서로 판단, 전날 사고와의 관련성을 확인하며 그 외 화재 원인 등 여러 가능성도 열어둔 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