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고생 손목 살인' 등 미제사건 14건…"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끝까지 쫓겠다"
입력 2023-12-24 10:49  | 수정 2023-12-24 10:59
충북경찰청 전경 / 사진=연합뉴스
용의자 DNA 확보했지만 국과수에 일치 DNA 없어…피의자 특정했는데 종적 감추기도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장기 미제 강력 사건이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한 해를 또 넘기게 됐습니다.

오늘(24일) 충북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3명의 수사관이 2000년∼2009년 사이에 발생해 10여 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14건의 미제 강력 사건을 수사하는 중입니다.

이 중 가장 최근 발생한 사건은 2009년 청주 흥덕구 가경동에서 발생한 '주부 피랍 살인' 사건입니다.

2009년 1월 18일 가경동 한 대형할인점에서 근무하는 이모(당시 58세) 씨가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13일 후 이 씨는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 현도교 인근 하천 풀숲에서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지품과 신발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누군가 그를 트라제 승용차에 태우고 가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지만, 화질이 좋지 않은 탓에 번호판을 특정하진 못했습니다. 또 A씨의 시신에선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확보됐지만, 현재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DNA 데이터베이스 상에서 일치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미제사건 중 유일하게 용의자 DNA가 확보돼 해결 가능성이 큰 사건이라 피해자의 지인 등 사건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의심되는 이들에 대해서는 DNA를 대조해 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국과수에 새로운 유전자 정보가 구축되고 있는 만큼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미제 사건 중 유일하게 피의자가 특정됐으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건도 있습니다.

2004년 6월 25일 오전 10시쯤 충북 영동군 학산면 서산리 한 자택에서 집주인 박모(당시 42·여) 씨가 머리에 둔기를 맞아 숨져있는 것을 옆집에 사는 김모(당시 48.여)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다툰 흔적 등이 없고 2개의 커피잔이 나란히 놓여 있는 점으로 미뤄 그가 가까운 면식범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을 상대로 수사를 펴던 중 같은 마을 주민 최모(당시 43·남) 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경남 밀양의 지인을 찾아가 자신의 범행을 실토하며 괴로워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박 씨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1300만 원에 대한 보증을 섰다가 여러 차례 독촉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지인을 만난 뒤 고속도로에서 극단 선택 시도로 의심되는 추돌사고를 내고 경북 김천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당일 종적을 감췄습니다. 경찰은 그가 빚 문제로 박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한 것으로 보고 그를 공개수배했지만, 이후 그의 자취는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 통장과 휴대전화 개통 여부, 취업 내역, 복지 서비스 이용 내역 등의 생활반응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한 번도 이렇다 할만한 신호가 잡힌 적이 없었다"면서 "그가 밀항해 국외로 나갔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영동읍에서 손목이 잘려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 살인 사건도 대표적인 미제 사건입니다.

2001년 3월 8일 오전 7시쯤 계산리의 한 병원 신축 현장에서 정모(당시 16세) 양이 두 손목이 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출근 중이던 작업반장(당시 50대)이 발견했습니다. 당시 정양의 시신에서 정액 반응은 나오지 않았고,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됐습니다.

경찰은 숨진 정양의 목에서 작업반장이 신고 있던 신발 바닥과 유사한 자국을 발견, 한때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봤으나, 국과수 감식에서 일치 여부 판독 불가 판정이 나오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경찰은 공사장 인근 문구점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정양이 가게의 전등을 켜둔 채 책가방까지 남겨 두고 밖에 나간 점으로 미뤄 그가 잠깐 누군가를 만나러 나갔거나 20여m 떨어진 화장실로 용변을 보러 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시신이 발견된 공사장의 구조가 복잡한 점으로 미뤄 범인이 공사장 인부 중 한 명일 것으로 보고 수십 명의 인부를 불러 조사했지만, 결국 새로운 용의자를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후 인근 하천 물속에서 발견된 정양의 절단된 손의 손바닥이 하늘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 있던 점에 주목, 사이비 종교 신자나 불치병을 앓는 이들이 의식을 지내기 위해 저지른 범행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이외에도 '영동 노부부 피살 사건(2004년)', '충주 교현동 모녀 살인 사건(2005년)' 등이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있습니다.

미제사건 수사팀 관계자는 "오래된 사건임에도 새로운 목격자나 참고인 제보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면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2015년) 취지에 맞게 끝까지 강력범들을 쫓아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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