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임모(17)군의 구속영장이 오늘(22일) 기각됐습니다. 이를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설모(28)씨는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임군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는데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된 점 등을 비롯해 피의자의 심문 태도와 변호인의 변소(변론·소명) 내용을 감안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지난 16일 새벽 1시 52분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남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를 받습니다.
오늘 오후 2시 33분쯤 법원에 출석한 임군은 "범행을 수락한 이유가 무엇이냐", "CC(폐쇄회로)TV에 (모습이) 잡힐 줄 몰랐느냐", "문화재인데 낙서 전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영장심사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5시쯤 심사를 받고 나오면서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임군은 경찰 조사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신원 미상의 A씨에게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로 해당 낙서를 하면 300만 원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A씨는 '내가 불법 사이트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당신을 속이겠느냐'는 취지로 의심하는 임군을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군은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경비가 너무 삼엄하다는 이유로 거절해 실제 범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임군의 은행 계좌 거래내역과 텔레그램 기록을 토대로 A씨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에 2차로 스프레이 낙서한 20대 설모씨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두 번째 낙서'를 한 설씨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설씨는 경복궁 담장이 첫 낙서로 훼손된 다음 날인 지난 17일 오후 10시 20분쯤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습니다.
설씨는 오늘 오전 10시 45분쯤 영장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범행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이냐", "죄책감이 들지 않느냐", "아직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18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설씨는 이틀 뒤인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