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픽업하러 올거지?"…112 전화 건 택시기사의 한마디

'던지기' 의심한 택시기사의 기지로 마약사범 검거

택시 기사의 기지로 '마약 던지기' 수법으로 범행한 마약 사범이 붙잡혔습니다.

오늘(22일)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따르면, 어제(21일) 오후 7시 8분에 112 상황실에 신고 1건이 접수됐습니다.

전화를 건 A씨는 대뜸 "응, 나 픽업하러 올거지?"라며 "너희 회사는 수원역에 있잖아"라고 경찰에 전했습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로 오인할 수도 있었으나, 당시 신고를 접수한 상황1팀 이준영 경사는 이상함을 감지했습니다.

이 경사는 "혹시 위급한 상황에 있느냐. '응, 아니'로 대답해 달라"고 했고, A씨는 "응"이라 답했습니다.

이 경사는 A씨가 말한 '픽업'을 경찰관 출동 요청으로, '수원역'은 수원역 앞 매산지구대로 이해해 바로 '코드0'(CODE 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를 발령해 모든 요원이 신고접수 상황을 공동으로 청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A씨는 차량 번호를 이야기하고 '드럭'(drug·약물)이라는 표현을 써 탑승한 손님이 마약사범으로 의심된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 경사는 이후 "택시 색상을 과일색으로 말해달라", "(범인의) 옷 색깔을 날씨에 비유해 답해달라"고 대화를 이어갔으며, 정차 전 비상등을 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A씨는 택시를 몰아 수원역 앞 매산지구대 쪽으로 가 정차했으며, 미리 대기하던 경찰관들은 오후 7시 24분쯤 중국 국적의 30대 마약사범 B씨를 즉시 검거했습니다.

검거 당시 B씨는 필로폰 0.6g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앞서 '위챗'으로 마약을 구매해 특정 장소에 물건을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인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받았다고 실토했습니다.

A씨는 "당초 수원역에서 택시를 탄 손님 B씨가 시흥의 한 다세대 주택으로 가달라고 해 데려다줬더니, B씨가 '잠시만 기다려라'라고 말한 뒤 우편함에서 물건만 쏙 빼내 다시 택시에 탑승해 수원역에 가자고 하더라"라고 경찰에 전했습니다.

이어 A씨는 경찰에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던 마약사범들의 '던지기' 수법이 의심돼 112에 신고한 것"이라 전했습니다.

경찰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B씨를 붙잡아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중입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