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응급실 걸어 들어갔다가 1시간 만에 식물인간 돼서 나온 40대
입력 2023-12-19 10:50  | 수정 2023-12-19 11:06
응급실 자료화면,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 사진 = MBN
기관 삽관 과정에서 뇌손상…법원 "5억 7000만 원 배상"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남성이 1시간 만에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 대해 법원은 "병원 측이 5억 7,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늘(19일) 인천지법 민사14부는 40대 남성 A 씨 가족이 모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A 씨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아버지와 함께 인천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A씨는, 2013년 폐렴으로 입원한 적이 있으며 의료진에게 "1주일 전부터 하루에 10차례 넘게 설사를 하고, 이틀 전부터는 호흡곤란 증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신장 치료를 위해 조만간 혈액투석도 시작한다"고 미리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응급실에서 잰 A 씨의 체온은 40도. 분당 호흡수도 38회로 정상 수치(12~20회)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였고, 의료진은 A 씨가 의식마저 점차 잃어가자 마취 후 기관삽관을 했습니다.

기관삽관이란, 인공 관을 코나 입으로 집어넣어 기도를 여는 처치법입니다.

그런데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A 씨는 심정지 상태가 됐습니다.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심장박동은 살아났으나,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A 씨는 반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응급실에 걸어서 들어간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이후 A 씨는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가 됐고, 후견인인 A 씨의 아버지는 2020년 5월 변호인을 선임한 뒤 총 13억 원 배상을 요구하며 대학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병원의 5억 7,000만 원 배상을 선고하며, "당시 의료진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A 씨 상태를 고려해 일반 환자보다 더 각별하게 주의해 호흡수·맥박·산소포화도 등을 기록하며 신체 변화를 관찰했어야 했다"면서 "이런 과실과 A 씨의 뇌 손상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A 씨의 호흡수가 증가하고 의식도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관삽관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병원 의료진이 A 씨의 심정지 이후 뇌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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