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들, 강 반대편 도달하기도 전에 강둑·물속에서 격추돼
"우크라이나 정부, '긍정적인 서사' 밝히고 있지만 현실은 참혹"
"우크라이나 정부, '긍정적인 서사' 밝히고 있지만 현실은 참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상대편 지역에 대규모 드론을 잇달아 날려 보내 집중 공격에 나선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성공적이라고 홍보하는 드니프로강 도하 작전이 실상은 참혹하고 쓸모없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교전에 나선 우크라이나 해병대원 올렉시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이건 생존을 위한 싸움도 아니다. 자살 임무다"라고 말했습니다.
올렉시는 지난 10월 드니프로강 하류 도시 크린키에서 이뤄진 도하 작전에 참가했습니다.
이 작전은 개전 이후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힙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월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시작한 뒤 드니프로강 도하 작전을 통해 러시아에 점령된 자국 영토 수복을 시도해 왔고, 해병대는 작전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NYT는 전투에 참여한 6명의 군인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들의 긍정적인 전황 보고와는 달리 드니프로강의 전투 현장은 참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해병들은 대원들이 강의 반대편에 도달하기도 전에 강둑이나 물속에서 격추됐다며 이런 도하 작전은 잔인하고 무용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또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최근 드니프로강 동부 강둑에 거점을 확보했다고 밝히는 등 '긍정적인 서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이라는 증언입니다.
NYT는 실제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전 이후 사상자 수나 우크라이나군이 패한 전투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올렉시는 "그곳에는 진지는 물론 관측 시설도 없다"며 "거기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장비를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병들은 진흙 속에 엉켜 있는 동료들의 시신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며 현장의 참혹함을 전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드니프로강 전장으로 가는 신병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미리 알지 못하기에 '심리적 준비'를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올렉시는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로 간다"며 "이는 너무 큰 (전투력) 낭비"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으로 러시아군도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예브헨 카라스 제14연대 부사령관은 "러시아군은 우리가 이번 달이나, 내년 봄·여름쯤 동부 지구를 수복하면서 탈환지를 넓힐 가능성에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 통신을 감청한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도하 작전은 돌파구를 찾기보다 가능한 한 많은 러시아군을 끌어들여 죽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작전대로 러시아 포병을 일부 제압하더라도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으로 보복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희생은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지적입니다.
지난달 크린키 전투에서 부상한 뒤 병원에서 회복 중인 해병대원 막심은 러시아의 공습으로 혼란스럽고 비참한 퇴각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어둠 속에서 강둑을 향하던 중 포격을 당했고, 강둑에 도착해서도 자신들을 구출할 보트가 3시간 후에나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보트를 기다리는 동안 러시아 공군기는 폭탄을 퍼부으며 강둑을 폭격했고, 막심은 그때 "왼쪽 강둑은 마치 지옥 같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