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주거비용·이민자 수 증가 영향…진보·보수 논쟁 심화
미국에서 노숙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주로 주거비용 급등과 이민자 증가에 따른 것으로, 노숙자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는 올해 1월 기준 노숙자는 65만 3,104명으로 1년 사이에 12%(약 7만 명)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이는 HUD가 200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자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과 학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정부가 시행한 긴급 임대료 지원과 세입자 퇴거 금지 등 특별 조치가 종료되고 임대료가 치솟은 것이 노숙자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프 올리벳 미국노숙자유관기관협의회 회장은 "가장 큰 원인은 저렴한 주택의 부족과 높은 주거 비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펜데믹 이후 증가한 임대료는 노숙자 증가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정시장 임대료로 불리는 기본 주거 비용은 20% 넘게 증가한 바 있습니다.
뉴욕서 '청년 노숙자'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노숙 시위 / 사진 = 연합뉴스
또, 이민자 증가도 노숙자가 증가한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현재 뉴욕과 덴버, 시카고 등 이민자 유입이 많은 도시에서 노숙자가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이중 뉴욕의 노숙자는 42% 급증한 8만 8,00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데니스 컬헤인 교수는 노숙자 증가자의 약 55%는 라틴계이지만, 이들이 이민자인지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민자라는 추정을 낳고 있습니다.
노숙자 급증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진보 진영과 보다 엄격한 규제 정책 및 치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보수 진영 간의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NYT는 전망했습니다.
한편, 공화당원들은 지하철에서 노숙자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5월 체포된 뉴욕의 한 남성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숙자들을 관련 시설에 강제 수용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이에 공화당 일각에선 노숙자들의 약물 중독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하지 않고 거처를 제공하는 연방정부의 '주거 우선' 정책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랫동안 초당적 지지를 받아온 정책이며 현재까지 많은 옹호론자들이 '주거 우선' 정책이 노숙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정책이라며 더 많은 지원 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