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하고 강한 사람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거야. 포기하지 마. 넌 유능한 초등교사다”
서울 종로구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다 올해 1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28살 오 모 씨의 일기장이 공개됐습니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오 씨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긴 가운데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에 시달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어제(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오 씨의 아버지 오재근 씨가 자신의 딸도 같은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며 우리 딸도 대한민국 교사였는데 제발 이번 서이초 사건과 함께 처리해 달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오 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해당 초등학교의 2학년 담임으로 근무했습니다. 특히 지난 6월 학생들 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며 한 학부모로부터 협박성 발언을 들었습니다. 유족들은 학부모가 교사를 못 하게 하겠다”, 콩밥을 먹게 하겠다”, 경찰에 고발하러 가고 있다” 등의 고성을 질렀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심하게 다투거나 상해를 입지 않아 학교폭력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상명대 부속초는 당시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학부모에게 공개했던 터라 오 씨는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오 씨와 학부모 간 연락 건수는 1,500건이 넘습니다.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하루 10건 넘는 학부모 연락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오 씨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사망한 올해 1월까지도 치료를 받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의 항의와 협박으로 오 씨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이 사실로 인정된다”며 그로인한 두려움, 무력감 등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 씨의 아버지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제 별이 된 딸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된다”며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했는데 국가는 왜 우리 가족을 지켜주지 못하나”라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는 (딸의 죽음을) 저희 가족들 아픔으로만 생각하고 아무런 노력 없이 6개월을 보냈는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도움을 청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딸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딸이 옆에 있을 때 못한 게 너무나 한이 된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기억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보험 요양급여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입니다. 폭언성 항의를 한 학부모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