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임신부 괴롭히는 입덧, 원인 호르몬 찾았다…치료제 개발 기대
입력 2023-12-15 16:30  | 수정 2023-12-15 16:32
입덧 관련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GDF15' 호르몬 수용체, 메스꺼움·구토 담당 부분에 몰려있어
입덧, 산모·태아 생명 위협하는 증상이지만 대부분 심각성 간과

임신부 대부분이 고통을 호소하는 '입덧'의 주요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입덧으로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던 교수가 특정 호르이 입덧을 일으킨다는 걸 발견한 겁니다.

현지 시각 13일, 스티븐 오레힐리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사연구소 교수 연구팀과 니컬러스 맨쿠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팀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입덧이 주로 'GDF15'라는 호르몬 때문에 발생한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습니다.

GDF15는 인체의 여러 조직에서 감염 같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이 호르몬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뇌에서 메스꺼움과 구토를 담당하는 부분에 몰려 있어 GDF15가 늘어나면 메스꺼움과 구토도 심해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연구진은 임신부의 혈액 내 GDF15의 농도를 측정하고 입덧과 관련된 유전적 위험 요인을 분석했는데, 연구 결과 입덧을 겪는 임신부가 관련 증상이 없는 임신부보다 임신 기간에 GDF15의 농도가 뚜렷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희소한 혈액병으로 인해 GDF15의 농도가 만성적으로 높은 한 여성이 임신을 해도 입덧 증상이 거의 없었던 사례도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임신부가 임신 이전에 오랜 기간 GDF15에 노출되면 임신 이후 이 호르몬의 증가에 둔감해지면서 악영향이 약해진다'는 가설을 세운 뒤 쥐를 통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사전에 소량의 GDF15 호르몬을 노출시킨 쥐와 그렇지 않은 쥐에게 GDF15 호르몬을 투여했는데, 사전에 노출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식욕을 덜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덧은 임신부의 3분의 2 이상이 겪는 증상입니다. 임신부 중 약 2%는 임신 기간 내내 입덧으로 입원하기도 합니다.

입덧은 영양실조·체중 감소·탈수 증상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기 출산·혈전 등의 위험성을 높여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인데, 워낙 흔한 증상이라 많은 사람들이 심각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NYT에 따르면,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마를레나 페조 USC 교수도 1999년 임신했을 당시 극심한 구토와 체중 감소, 일어서거나 걷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쇠약해지는 증세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이를 무시했고, 그는 결국 임신 15주 때 유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로 입덧에 대한 더 나은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 심각한 입덧을 겪은 여성에게 임신 전 소량의 GDF15 호르몬을 미리 투여해 둔감하게 만든 뒤 입덧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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