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주서 비둘기가 옮긴 바이러스로 숨져…면역력 약하면 치명적
입력 2023-12-13 10:36  | 수정 2023-12-13 11:01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미지.) / 사진=연합뉴스

최근 2살된 호주 여아가 비둘기 등 가금류로부터 매개되는 바이러스인 '조류 파라믹소 바이러스(avian paramyxovirus, APMV)'에 감염돼 숨을 거둔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지난 7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호주의 2살된 여아가 비둘기로 추정되는 가금류의 바이러스에 옮아 사망했습니다. 백혈병을 겪고 있던 이 아이는 6주 전 두 번째 항암치료 주기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갑작스레 4일 동안 간질, 발작 등의 증세를 겪다, 나중에는 뇌가 부어오르는 등 극심한 증세를 보였습니다. 병세가 악화돼 입원해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등의 치료를 받았으나 약 한 달만에 숨졌습니다.

호주 의료진들이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조류 바이러스 중 APMV-1형에 감염돼 뇌염 증세를 보인 것으로 보였으며, 이전에 비둘기에서 채취한 유전체와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의료진들은 아이가 정확히 어떤 경로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비둘기의 배설물이나 체액을 만져서 우연히 감염됐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APMV-1형은 조류 파라믹소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비둘기, 닭, 오리 등 가금류에게 질병을 일으킵니다. APMV-1형은 1926년 영국의 뉴캐슬 지역에서 처음 발견돼 '뉴캐슬병'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는 목을 비틀거나 날개를 떠는 등 신경학적 증상을 보입니다.

감염된 가금류는 극심한 체중 감소를 겪으며, 녹색 배설물을 배출하는 증세도 보이며,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걷거나 날기 어려워하는 등의 모습도 보입니다. APMV-1형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치사율이 9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PMV-1형에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이나 체액 등을 접촉할 경우 사람도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APMV-1형의 최초 인체 감염 사례는 1942년 호주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485건의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영국에서 보고됐습니다. 지금까지 네덜란드, 미국, 중국, 프랑스에서 APMV-1형으로 4명이 숨진 바 있습니다.

사람이 APMV-1형에 감염될 경우, 드물게 결막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편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게는 APMV-1형이 치명적이라고도 알려졌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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