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예산에 근무시간을 맞추라니
입력 2023-12-12 20:00  | 수정 2023-12-12 20:03
유튜브 '진영민 중고차'
"법적으로 구제를 못 받는다고 하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해야될 거 아니에요. 그게 모자이크 안 하는(신상공개) 겁니다."

허위 매물로 돈을 갈취한 사기꾼 딜러를 찾아내 신상과 사진을 공개하는 응징으로 큰 인기를 끈 유튜브 방송입니다.

사실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이처럼 사적 제재나 보복에 나서는 건 불법입니다.
하지만 "얼굴 공개는 불법"이라는 악덕 딜러의 항변에 "그 벌은 저희가 다 받을게요"라며 쿨하게 쏘아붙이는 장면은 "사이다 맛! 참교육"이라며 많은 구독자들을 환호케 했지요.

수사와 처벌을 기다리다 아예 피해자들이 직접 범인을 잡기도 합니다.

고가의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빌린 뒤 중고로 팔아넘긴 일당을 섬멸한 이야기입니다.

고소장이 수두룩하게 접수됐지만 경찰의 대응이 미비하고 그 새 계속해서 피해가 생기자, "차라리 우리가 잡자"며 10곳이 넘는 피해 업체 사장님들이 이 일당의 정보를 공유하고 의기투합 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로부터 대여 문의가 들어오자 합세해 공동 검거 작전을 벌여 잡은 거죠.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추궁 끝에 일당 6명의 자백까지 받아내고 경찰에 이들의 신병을 넘겼습니다.

별반 할 일 없게 된 경찰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죠.

하지만, 경찰도 할 말은 있습니다.
경찰청이 지난달 초 초과근무가 예년보다 115만 시간 증가했다며 11월, 12월 초과근무를 줄이라고 했거든요.
올해 초과근무 예산 1조 3천억 원 중 87%를 열 달 만에 소진했다면서요.

범죄가 야간, 주간 골라가며 벌어지나요?
그리고 수사를 한참 하다가 "어? 이제 퇴근시간이네?"하며 집에 가는 경찰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불필요한 야근이나 초과근무는 줄이는 게 맞습니다만,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하는 게 다반사인 실정은 나몰라라 하면서 수당 예산에 맞춰 일을 하라면 제대로 된 치안이나 수사가 가능할까요.

침대에 맞춰 사람을 자르거나 몸을 늘려 꿰맞췄다는 로마 신화 프로크루스테스가 멀리 있지 않았던 겁니다.

생업을 뒤로하고 직접 정의구현을 하러 범인을 잡으러 다녀야하는 국민이 왜 생기는지 그들이 알까요.

그 과정에서 혹 문제가 생기면 직접 범인을 잡으러 나섰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오히려 가해자로나 만들지 않으면 감사하겠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예산에 근무시간을 맞추라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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