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진: 빛의 연인
2007년 작가 신경숙은 장편소설을 내놨다. 제목은 『리진』. 19세기 말, 엄격한 신분사회의 조선에서 관기의 신분으로 프랑스 공사와 결혼을 약속하고 프랑스로 떠났던 여인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이 16년 만에 뮤지컬로 탄생했다. 조선의 무희 리진이 꿈꾼 사랑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부모를 잃은 리진은 프랑스 수녀 에스텔의 도움으로 장악원의 여악이 된다. 그리고 에스텔 수녀를 만나기 위해 간 성당에서 프랑스 공사 콜랭과 마주한다. 그가 추는 자유로운 춤에 마음이 동요된 리진. 두 사람은 춤을 추며 가까워져 갔고, 리진은 현실과는 다른 세상을 동경하게 되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한편, 프랑스어를 배우며 알게 된 역관 집안 출신 변우진은 리진을 연모하게 되지만 콜랭의 등장으로 그녀에 대한 연모가 집착으로 변해간다.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리진과 그녀를 돕고자 하는 콜랭과 우진. 하지만 조선의 현실은 그들을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소설 출간 시에도 리진의 실존 여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녀에 대한 기록은 ‘공사 콜랭이 고종에게 청하여 결혼을 약속하고 프랑스로 리진과 같이 갔다는 프랑스 공사 프랑의 회고록 『En Coree한국에서』에 남아 있으나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무대에서 만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롭고 기대감이 앞선다.
(사진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작품은 극중 배경이 되는 1890년대를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무대 및 소품, 그리고 캐릭터들이 느끼는 다양하고도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낸 가사가 백미다. 서정적이며 감각적인 음악뿐 아니라 리진과 콜랭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왈츠와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리진의 소망이 담긴 우아한 안무가 돋보인다. 특히 왈츠는 독특하다. 이 행복한 우아함을 극대화하는 춤을 통해 리진에게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더욱 강렬하고 참을 수 없는 고통임을 예고하는 듯하다.자신의 현실과 다른 자유로움을 동경하게 되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리진. 역사에서 사라진 조선의 무희가 지닌 매력적인 서사는 원작을 바탕으로, 극본은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를 통해 색다른 표현과 문장력으로 호평받은 정호윤이, 연출은 ‘6시 퇴근, ‘최후진술, ‘뷰티풀 선데이 등으로 참신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성열석이 맡았다. 매회 차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도 주목해볼 것.
(사진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날짜: ~2024년 2월4일
시간: 화~금 8시 / 토 3, 7시 / 일, 공휴일 2, 6시
출연: 리진 – 전해주, 이서영, 서이빈 / 콜랭 – 박건형, 김이삭, 정재환 / 변우진 – 김서환, 김제하, 권태하 / 에스텔 – 홍륜희, 선우, 송지온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과수원뮤지컬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8호(23.12.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