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소년 '가짜 신분증'에 속은 노래방업자 처분 면제 이끈 안양시 공무원
입력 2023-12-10 10:08  | 수정 2023-12-10 10:19
안양시 이주찬 공무원 / 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 안양시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선정돼 최우수상 받아
5년간 개선 노력 끝에 올해 3월 관련법 개정안 시행


청소년의 가짜 신분증에 속은 노래방 업자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도록 법이 올해 개정된 가운데, 경기 안양시의 7급 공무원이 법 개정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안양시청 교육청소년과에 근무하는 지방행정주사보(7급) 이주찬(31) 씨는 2018년 11월 안양시 만안구청 복지문화과에서 노래방과 PC방 등 문화유통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노래연습장에 대한 행정처분이 잘못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만 18세 이상이면서 고등학교 재학 중이 아니라면 노래방에 야간 출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야간 출입이 불가능한 청소년들이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업자를 속여 노래방에 들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속은 업자들은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영업정지 10일부터 3개월, 등록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또 이를 악용한 일부 청소년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업자에게서 금품을 갈취하거나 공짜로 노래방을 이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시 새내기 공무원이었던 이 씨는 업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고, 여러 해법을 궁리한 끝에 '청소년 가짜 신분증에 속은 전국의 노래연습장 처벌 면제'를 2019년 3~4월 행정안전부 규제개혁 혁신과제와 민생규제 혁신과제로 제출했습니다.

이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국회의원의 사무실을 찾아가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 개정안 입법을 요청했고, 국회 입법조사처 및 법제실이 법률안을 검토한 뒤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문체부가 2019년 9월 "2020년 중 행정처분을 '감경'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혀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나도록 시행규칙은 개정되지 않았고, 이에 이 씨는 문체부에 3차례에 걸쳐 제안 미처리 사유를 질의했으나 돌아온 것은 "공문으로 처리할 사안이다", "관련 부서에 문의해서 알려주겠다"는 대답뿐이었습니다.

억울한 노래방 업자에게 감경이 아닌 처분면제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결국 김용판 의원실에 도움을 청했고, 김 의원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은 2022년 9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 가결됐습니다. 이후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 3월 28일 시행된 바 있습니다.

개정안 제15조(행정처분의 기준 등)에는 노래연습장 업자가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변조 또는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내용이 신설됐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노래방 업자들은 더는 청소년 가짜 신분증으로 인한 영업정지 피해를 보지 않게 됐습니다.

이 씨는 5년 가까운 노력 끝에 법률 개정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을 때 "노력하다 보니 결과를 이뤘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시원섭섭했다"면서 "앞으로 공무원으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씨는 올해 하반기 안양시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돼 지난달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앞서 그는 전보 공무원 임용장 의무 수여 규정 개선,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당구장 영업 제한 폐지 등을 이끈 성과에 힘입어 2022년 12월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지자체 공무원이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겠다"면서 "불합리한 제도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주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선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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