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근하면 거지, 외제차 필수"…애낳지 않는 '진짜' 이유
입력 2023-12-08 13:15  | 수정 2023-12-08 13:26
사진=연합뉴스
복지부, 청년세대 무자녀 부부 간담회
"돌잔치부터 직장까지 무한경쟁…경쟁에 지면 부모 탓"

"돌잔치에서 아이가 걷는지부터 시작해서 학교와 직장까지 계속 무한경쟁에 부모로서 참전할 자신이 없어요"

보건복지부가 어제(7일) '무자녀 부부' 12명을 서울 서초구 아지토리로 초대해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른바 정책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첫 번째 '패밀리스토밍' 자리를 가진 것입니다.

"무한경쟁에 참전할 자신이 없다"고 밝힌 참가자 이모 씨는 "아이 성적은 곧 부모 성적표다. 지금은 학력 수준이 높아진 부모들 경쟁심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는 "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어요"라고 한탄하며 "아이들끼리 비교하는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아이 기가 죽을까 봐 무리해서라도 외제 차로 바꾼다는 부모들이 있다고 해 걱정이다"는 고충도 나왔습니다.


"차가 두세 대씩 있는 집들을 보다 보니 '우리도 세 대는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 참가자는 "사람들이 비교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개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준치를 점점 높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긴 근로 시간과 열악한 보육 환경 때문에 출산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백모 씨는 "맞벌이하는 부부인데 집에 오면 잠만 겨우 자고 주로 외식을 한다"며 "아이를 돌봐주지 못할 것 같은데 나를 원망할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딩크족 12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외에도 "좋은 어린이집 찾기가 너무 힘들다",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라도 하면 아이를 아무 데도 맡길 수 없다"며 위탁 보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다른 참가자는 "그렇다고 노령의 부모님께 맡기자니 부모님의 노후가 걱정된다"며 "조부모가 나이 들어서까지 본인의 노후를 챙기지 못하고 손자를 보는 게 당연해질까 봐 우려된다"고 걱정했습니다.

행사를 주재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은 치열한 고민의 결과"라며 "저출산으로 우리나라가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되지 않도록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하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복지부는 저출산 해법을 찾기 위해 딩크족 등 무자녀 가구 말고도 미혼가구 또는 다자녀 가구 등과 패밀리스토밍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제시된 대안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인구정책기획단 회의를 통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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