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제품을 팔더라도 유명한 상표와 비슷하게 상표명을 등록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장난감 회사 레고가 국내 제약사 레고켐바이오를 상대로 낸 상표 등록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15년 레고켐파마(LEGOCHEMPHAMA)라는 등록상표를 출원했는데, 레고 측이 식별력과 명성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며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이후 레고켐바이오의 불복심판을 거쳐 지난 2018년 레고켐파마라는 상표등록이 이뤄졌고, 지난 2020년 레고 측의 등록무효 심판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특허심판원은 의약품과 장난감이라는 전혀 다른 제품을 파는 것을 두고 "두 상표의 지정상품들에 대한 경제적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레고 측은 특허법원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020년 특허법원은 "레고와 레고켐파마는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면서 "저명한 상표인 레고가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와 고객흡인력 등이 분산되거나 희석될 수 있다"며 상표 등록 무효를 결정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두 상표가 비슷하다고 인정해 레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현행 상표법은 "출처의 오인과 혼동 염려가 없더라도 저명한 상표의 식별력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면 상표등록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레고켐바이오가 의도적으로 상표를 출원했다고 볼 여지가 크고, 실제 연상 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단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이 손상될 염려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타인의 저명한 상표가 가지는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이 무효로돼야 한다고 본 최초의 사례"라며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