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고 손재형 선생의 장손, 인왕제색도의 8분의 1 소유권 요구
재판부 "인도 청구소송을 하는 것이 맞다"
재판부 "인도 청구소송을 하는 것이 맞다"
서예가 고 손재형(1902~1981) 선생의 장손이 겸재 정선의 작품 '인왕제색도'가 1970년대 삼성가에 부당하게 넘어갔다며 소유권 확인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법원이 본안 판단 없이 끝냈습니다.
이미 삼성 측이 이 그림을 국가에 넘긴 상태라, 소송의 이익이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어제(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 김상우)는 손 선생의 장손 손원경 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확인 소송을 각하 판결했습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된 경우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결정입니다.
손 씨는 지난해 4월 "조부가 이병철 회장에게 담보로 맡긴 인왕제색도를 이재용 회장 등이 보관·관리하다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며 "조부는 인왕제색도를 담보로 맡겼을 뿐이지 소유권은 여전히 가지고 있었으므로 조부 사망 후 자녀 8명이 이 그림을 공동 상속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왕제색도의 8분의 1 소유권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손 씨는 피고들을 상대로 인왕제색도의 인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소유권 확인을 구하는 게 손 씨에게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거나 인왕제색도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종국적 해결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상 확인 청구 소송은 원칙적으로 분쟁 당사자 사이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 판결을 받는 게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일 때 허용됩니다.
이 경우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은 인왕제색도 소유권 확인 소송이 아니라 인도 청구소송이라는 게 판결 취지입니다.
앞서 인왕제색도는 정치에 투신한 손재형 씨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술품을 파는 과정에서 삼성가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본안 판단 없이 각하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인왕제색도의 소유권이 손씨 가문에 있는지 삼성가에 있는지의 문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