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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액으로 리턴한 에릭 페디, CHW 1선발 역할도 가능하다 [김한준의 재밌는 야구]
입력 2023-12-06 17:50  | 수정 2023-12-06 17:54
KBO리그를 평정한 에릭 페디. 사진 = 연합뉴스
올해 KBO리그를 평정했던 투수 3관왕 에릭 페디(30)가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복귀했습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올 시즌 페디의 연봉이 100만 달러였으니, 몸값이 15배로 수직상승한 겁니다.

그간 KBO에서 MLB로 유턴한 투수 중 페디보다 높은 계약을 맺은 선수는 없습니다. MLB 복귀 당시 메릴 켈리는 2년 550만 달러, 조쉬 린드블럼은 3년 912만 5,000달러, 크리스 플렉센은 2년 475만 달러에 미국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페디는 계약규모 뿐 아니라 팀 내 위상에서도 신기원을 세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화이트삭스의 현재 사정을 미뤄보면 내년 시즌 1선발, 그러니까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O리그 MVP로 선정된 에릭 페디.
사진 = 연합뉴스
현재는 3선발이지만…1선발 시즈 트레이드시 2선발 격상

현 시점 화이트삭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딜런 시즈(27), 마이클 코펙(27), 페디, 마이클 소로카(26) 등 4명으로 구성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재러드 슈스터(25)와 닉 나스트리니가 5번째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페디가 화이트삭스의 3선발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현재 화이트삭스가 팀 리빌딩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걸 주목해야 합니다. 올 시즌 지구 우승 경쟁에서 빠르게 이탈한 화이트삭스는 리빌딩 버튼을 눌렀고,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팀의 주축 선수들을 줄줄이 트레이드했습니다.

최종 61승 101패를 기록하며 바닥을 찍었지만, 화이트삭스의 리빌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일환이 바로 1선발 시즈의 트레이드입니다.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은 딜란 시즈.
사진 = 시카고 화이트삭스 SNS
시즈는 올해 177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58, 214탈삼진을 기록한 에이스입니다. 하지만 서비스타임 5년차에 접어들면서 내년 연봉으로 1,0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시즌 성적이 급하지 않은 화이트삭스 입장에선 이런 비싼 연봉을 주고 시즈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때문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까지 2년이 남은 시즈를 현 스토브리그에서 처분하려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비스타임이 많이 남을 수록 더 좋은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관심을 갖는 구단만 10개가 넘는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시즈의 트레이드는 사실상 확정적으로 보입니다. 페디의 팀 내 입지가 3선발에서 2선발로 격상되는 것도 시간문제인 셈입니다.
화이트삭스의 에이스 딜란 시즈.
사진 = 시카고 화이트삭스 SNS


커맨드 불안한 코펙과 '유리몸' 소로카…사실상의 에이스는 페디일 듯


시즈가 떠난다면 1선발의 중책은 코펙이 맡게 됩니다.

하지만 코펙은 올 시즌 129.1이닝을 던지면서 ERA 5.43, 5승 12패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구속은 95.4마일(153.5km/h)로 빠르지만, BB/9(9이닝당 볼넷)이 6.33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커맨드에 문제를 드러내며 이번 시즌 내내 답답한 투구를 이어갔습니다.

코펙의 커맨드 불안이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 마이클 코펙의 BB/9 추이
2021년 3.12
2022년 4.30
2023년 6.33


제구 불안을 안고 있는 마이클 코펙.
사진 = 시카고 화이트삭스 SNS
특히 파이어세일에 나서고 있는 화이트삭스는 코펙이 내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트레이드 블록에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코펙 역시 시즈처럼 FA까지 2년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복귀에 성공했었던 마이클 소로카.
사진 =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SNS
페디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맡아줄 소로카는 건강이 문제입니다. 소로카는 사실상의 데뷔 시즌이던 2019년 174.2이닝, ERA 2.68로 리그를 대표하는 영건으로 뛰어 올랐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이후 잦은 부상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천신만고 끝에 올 시즌 복귀하고 나서도 32.1이닝, ERA 6.40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소속팀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도 소로카에 대한 오랜 미련을 접고 지난 달 16일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했습니다.

때문에 소로카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그야말로 미지수입니다. 화이트삭스가 2년간 1,500만 달러를 페디에게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즈가 팀을 떠난다면 믿음을 주는 선발 요원이 없기 때문에, KBO리그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인 페디가 그 자리를 메워줄 것을 기대한 겁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에릭 페디.
사진 = MLB SNS
KBO MVP가 MLB로 리턴하자마자 1선발로 뛰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다만 화이트삭스 구단의 현재 특수성과 맞물린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페디가 에이스로 뛴다고 KBO 수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 KBO 팬들에겐 하나의 자부심으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페디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자신이 수상한 트로피 5개를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페디.
사진 = 연합뉴스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 김한준 기자 / beremoth@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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