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평생 안 돌아갈 것"…홍콩 '민주 여신' 차우, 캐나다 망명 요청
입력 2023-12-06 09:18  | 수정 2023-12-06 09:24
홍콩 민주 활동가 아그네스 차우 / 사진 = 연합뉴스
7개월 복역 후 9월 캐나다 출국…국가보안법 사건 관련 경찰 출두 거부

홍콩 민주화 운동의 얼굴로 꼽히며 '민주 여신'이라 불린 아그네스 차우(周庭·27)가 캐나다로 떠난 사실을 알리면서 현지에 망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제(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명보 등에 따르면 차우는 현지시간 3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밟은 지 3개월 됐다면서 "원래는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출두하기 위해 이달 말 홍콩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홍콩 상황, 나의 안전과 정신적·육체적 건강 등을 신중히 고려한 끝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아마 평생 (홍콩으로) 안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차우가 공개 발언을 한 것은 2년여 만에 처음입니다.


그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도중 불법 집회 참가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7개월간 복역하다 2021년 6월 석방됐습니다.

그는 투옥 직전인 2020년 8월에는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등과 함께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체포된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 기소는 되지 않았고 경찰은 그의 여권을 압수했습니다.

경찰은 그가 징역을 마치고 석방된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경찰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차우는 올해 토론토에 있는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은 후에야 경찰이 중국 선전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여권 반환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5명의 경찰관과 함께 선전으로 가 중국 개방에 관한 애국적 전시회와 기술기업 텐센트 본사를 방문했으며, 이는 자신에게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중국 기술 발전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려는 목적의 여행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우는 중국 본토 여행 도중 매우 두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이후 본토의 위대한 발전을 이해할 수 있게 여행을 마련해 준 경찰에 감사를 표하는 서한을 작성하도록 요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차우는 캐나다로 유학 올 때 홍콩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왔지만 돌아갈 경우 경찰이 자신의 이동에 또 다른 조건을 내걸까 두려워 캐나다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하기 싫은 일을 강제로 하고 싶지 않고 강제로 중국 본토에 가고 싶지 않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설사 내가 안전하다고 해도 내 몸과 마음은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두려움 없는 자유의 가치를 깨달았다"며 "이제 더 이상 체포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고 마침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간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왔다고 토로했습니다.

2019년 8월 30일 홍콩 반정부 시위 관련 기자회견하는 아그네스 차우와 조슈아 웡. /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차우는 현재 복역 중인 조슈아 웡과 함께 홍콩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두 사람이 2011년 결성한 학생운동 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는 이듬해 홍콩 정부가 친중국적 내용의 국민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12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대 운동을 주도, 그 도입 계획을 철회시켰습니다.

이후 학민사조는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벌인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주도했고, 차우는 '학민여신'(學民女神)으로 불렸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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