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스 유니버스 1위, 악의 세력이다"…과거 밝혀지자 정부 '분노', 무슨 일?
입력 2023-12-06 09:14  | 수정 2024-03-05 10:05
반정부 시위 참여 이력 문제 삼아
"정권 전복 위해 반정부 성향의 여성을 의도적으로 우승시켰다"


중남미 소국 니카라과 정부가 국제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 감독 등을 반역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정부는 미스 유니버스에서 우승한 자국 여성의 반정부 시위 참여 이력을 문제 삼으며 '미스 유니버스' 감독 등이 정권 전복을 위해 반정부 성향의 여성을 의도적으로 우승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여러 외신은 니카라과 정부가 지난 1일 밤 미인대회 감독인 카렌 셀레베르티를 반역·조직범죄·증오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성명을 통해 "셀레베르티와 그녀의 가족은 정부 전복을 위해 결백한 미인대회를 정치적 함정으로 바꿔 사용했다"고 밝혔고 경찰은 그를 입국 금지 조치, 그의 남편과 아들을 구금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개최된 제72회 미스 유니버스에서는 최초로 니카라과 여성이 우승했습니다.

셰이니스 팔라시오스가 우승을 차지하자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축하 성명을 발표하고 평소 금지한 시민행진을 일시적으로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팔라시오스가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순식간에 팔라시오스는 독재 체제를 유지 중인 오르테가 정권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팔라시오스는 물론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야권 인사마저 '테러리스트', '악의 세력'으로 규정해 비난했습니다.

오르테가 대통령의 아내이자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는 "미스 유니버스를 축하한다는 구실로 파괴적인 도발을 계획하는 쿠데타 음모론자들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외신은 현 상황을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나올 일"이라고 말하며 이 같은 오르테가 정권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니카라과는 중남미의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팔라시오스는 우승 후 니카라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편 오르테가 대통령은 좌파 게릴라 출신으로 앞서 43년간 독재 통치를 벌인 소모사 정권을 물리치고 1984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일부 무리한 정책으로 1990년 정권을 한 차례 우파에 넘겨줬다가 2006년 다시 대통령이 된 그는 헌법상 대통령 연임 제한 조항을 없애며 지금까지 계속 집권 중입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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