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보M] 직장 괴롭힘 익명 신고했는데…개인 정보까지 인터넷 노출
입력 2023-12-06 08:41  | 수정 2023-12-06 09:00
【 앵커멘트 】
서울시의 한 산하 기관이 익명으로 처리돼야 할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내용을 홈페이지에 버젓이 노출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신고자의 개인정보부터 관련 진술 내용이 한 달 넘게 게시됐다가 신고자가 문제 삼자 그때서야 조치가 이뤄졌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됩니다.
이규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지난 6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습니다.

상사 B 씨가 화장실 이용이나 엘리베이터 탑승까지 간섭하고, 합당한 이유 없이 업무를 배제했다는 겁니다.

기관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직장내 괴롭힘으로 판단했고, B 씨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도 열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최근 기관 홈페이지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자신이 회사 측에 진술한 내용과 조사 보고서 등 보안 사항이 모두 인터넷에 올라온 겁니다.

심지어 신고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노출돼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 "이름, 집 주소, 연락처, 주민번호, 생년월일 모든 정보가 거의 다 올라와 있더라고요. 한 달 넘게 34일간 게재되어 있었고…."

기관 측은 뒤늦게 해당 문서를 비공개 처리했다며 "시스템상 오류"라고 해명했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OO재단 관계자
- "시스템이라는 게 기계가 너무 완벽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아마 해당 문서가 원래 비공개 건인데 공개로 올라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민감한 정보가 공개된 피해자는 또 한 번 상처를 겪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혜인 / 직장갑질 119 노무사
- "제3자에게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조사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공개해 버린 건이어서 근로기준법에 있는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

지난 2019년 2,130건에서 지난해 8,961건으로 4배 넘게 늘어난 직장내 괴롭힘 신고, 제2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이규연입니다. [opiniyeon@mbn.co.kr]

영상취재 : 현기혁 VJ
영상편집 : 김상진
그래픽 :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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