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갈래요"…수능성적 발표도 안됐는데 재수 문의 급증

학원가 재수 종합반 1달 앞당겨 개강…"불수능·의대증원 영향"
종로학원 "내년도 N수생 비율 33.9% 예상…여전히 높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았는데도, 학원가에는 벌써 재수하려는 학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수능이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난이도가 높은 '불수능'이었던 데다,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부터 정원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학원 입시설명회를 찾는 재수생이 예년보다 증가한 것입니다.

이런 수요에 맞춰 재수 종합반을 전년에 비해 1달가량 앞당겨 개강하는 학원도 목격됐습니다. 이같은 재수 문의는 수험생들이 성적 통지를 받는 오는 8일, 수시 모집 1차 합격자 발표가 나는 15일 이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2일) 대치동에서 입시컨설팅을 하는 박성철 유웨이 대치센터장은 연합뉴스에 "올해 불수능과 내년 의대생 증원바람 등의 영향으로 학원가의 재수종합반 개강시기가 빨라지는 것 같다"며 "강남의 대형 학원 두 곳은 2024년 1월 1일 선행반을 개강하고 빠른 경우는 이달 초에도 개강하는 등 재수선행반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강남의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재수생이 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고 우리는 불수능 때문에 재수생이 는 것으로 일단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최상위권 블랙홀인 '의대 증원'이 내년에 발표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에 따라 상위권 자연계열 학과 학생들이 도미노로 빠지면서 다른 대학 학생들의 연쇄적인 재수 도전이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예전엔 내신이나 수능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만 의대를 준비했지만, 지금은 이과 최상위권 30%가 의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심지어 수능 점수가 3등급대를 벗어나는 학생도 2∼3년 목표를 두고 장기 재수를 생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의대 목표뿐만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합격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리며 재수하는 학생도 있다"며 "연쇄적으로 수험생들이 이동하니 자신이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로 갈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종로학원 제공 /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종로학원이 재수 선행반 설명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에는 졸업생 등 N수생이 17만 5,239명으로, 전체 수험생의 33.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고3 학생(39만 4,940명)이 예년에 비해 적은 탓에 내년에 재수생의 모수 자체가 줄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전체 수험생 중 N수생은 30%대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겁니다.

한편, 올해 수능에서 N수생은 17만 7,942명(35.3%)으로 1996학년도(37.4%) 이후 최고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최근 20년간 N수생 비율은 2005∼2022년까지 20%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2023학년도(31.1%)에 처음으로 30%대를 넘긴 것입니다.

이에 박 센터장은 "의대 정원 발표가 예상되는 내년 초 무렵에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 중 상위권 학생들이 추가로 반수 형태로 입시에 참여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며 "서울의 상위권 대학은 물론 지방 의대 라인의 학생들도 한번 더 수능을 보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는 또 "보통 반수 진입시점이 5월 중간고사와 대학 축제 이후인데, 올해는 의대 정원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