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시 뭉친 황정민·정우성…7일 만에 236만 동원 '서울의 봄' 탄생 비화는?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입력 2023-11-29 17:14  | 수정 2023-12-01 11:54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김성수 감독 "황정민, 요술램프 같아…정우성 실제 모습 많이 투영"
황정민 배우 "대머리보다 더한 분장 가능…스릴러 에너지 갖고 싶었다"
정우성 배우 "탈 것 같은 열기 속 연기…인간 본성 탐구하는 작품"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이후 일주일 동안 박스오피스의 정상을 지키며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어제(28일)까지 개봉 후 7일 동안 누적 관객 수 236만 4,625명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봉 6일 차부터 '서울의 봄'은 200만여 관객을 기록하며 올해 개봉작인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같은 기간 누적 관객 수를 돌파했는데요.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3' 이후 제일 빠른 흥행 속도로, 앞으로의 흥행세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1979년 12월 12일의 신군부 세력의 반란 사건을 토대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의 탄생 비화가 어떠한지, 또 한 영화에서 다시 만나 연기하는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의 촬영 뒷이야기는 어땠는지를 종합해서 다뤄봅니다.


해당 인터뷰는 MBN과 채널A 취재 기자가 현장에서 함께 진행했습니다.

Q. (공통) 영화와 배역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A. (김성수 감독) 이 영화는 1979년 12월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토대로 했습니다. 그것을 소재로 영화적으로 각색했고, 그날 밤에 있었던 참모총장 연행 사건과 관련해 신군부 세력과 그에 맞서는 강직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황정민 배우) 저는 직접 군사 반란을 일으키는, (웃음) 조직의 우두머리 역할을 맡았습니다.

(정우성 배우) 저는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역할입니다.

Q. 감독의 전작 영화 '감기'와 '아수라'가 온라인 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역주행이 됐다. 이번 영화는 아예 개봉 전부터 높은 예매율로 화제가 됐다.

A. (김성수 감독) 저는 통찰력이 없어요. 전작에 대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어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연관된 게 전혀 없었고요. 영화가 그렇게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사실 좀 속상한 것도 있습니다. 바로 전작의 경우도 저희가 이야기를 2007년에 구성했거든요. 실존 인물을 계획하거나 참고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완전히 가공의 이야기이고요. 제가 나이가 많아요.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이권 문제, 그걸 갖고 출발한 것이지 실제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미소)

반대로 이번 영화는 애초부터 역사적인 사실을 갖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이 너무 잘 알려진 얘기이고 모든 사람이 아는 얘기라서 제 나름대로 새롭게 각색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고요. 선과 악이 대립하는, 9시간 동안 관객들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스릴러와 같은 영화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Q. 실제 있던 사건이고 녹취록도 공개돼 있다. 각색할 때 한계도 있을 텐데, 고증에 힘썼거나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한 점은?

A. (김성수 감독) 굉장히 기록이 많아요. 이 일에 관여한 사람들도 여러 사람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도 다르고, 각자가 기억하는 사건들이 또 다르고요. 실제로 12월 12일 그날 하룻밤, 9시간 동안에 저희 영화가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그 중에 발췌해서 이 이야기에 필요한 부분만 갖고 와서,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관 안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김성수 감독 [사진=MBN]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있었던 12월 12일 군사 반란과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지는 않고요. 하지만 인물들을 형상화한 과정이나 인물들이 대립하는 모습을 그리는 과정에는 영화적인 상상력을 많이 가미했습니다.

Q. 감독, 전작에서도 황정민·정우성 배우와 호흡했고 정우성 배우와는 벌써 5번째다. 두 배우가 어떤가?

A. (김성수 감독) 황정민 씨는 마술상자 같으신 분이에요. 엄청난 에너지가 있고,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대단한 분이고, 스스로 알아서 요술 램프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시거든요. 캐릭터 '전두광'이라는 인물은 실존 인물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지만, 제 이야기에서 필요한 다른 탐욕의 화신과도 같은 인물로 연기해주시기를 바랐는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마어마한 연기를 보여주십니다. (황정민: 저는 영화를 아직 못 봤어요. 나 얘기하는 건가? (웃음))

Q. 영화 '비트'도 함께 작업하신 정우성 배우는 감독의 페르소나인가?

김성수 감독 [사진=MBN]

A. (김성수 감독) (정우성: 제 얘기도 해달래요. (폭소)) 늘 제 마음 속의 1번 배우는 정우성 씨예요. 이 영화에서도 전두광과 맞서는 이태신이라는 인물이 사실 영화 속에서 실존 인물과 가장 멀리 떨어진, 굉장히 각색이 되고 많이 달라진 인물인데요. 그 인물을 형상화하는 데 제가 아는 정우성 씨의 실제 모습이 많이 투영됐고요. 그 시대의 남자들, 당시 장군들이 굉장히 마초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이 많았는데 그와는 다른, 정우성 씨가 가진 조금은 따뜻하고 자기 신념이 올곧고 강직한 남자의 이미지가 이태신 장군의 역할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삼고초려해서 어렵게 모셨습니다.

Q. 황정민 배우, 대머리 분장이 쉽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신경을 쓴 부분은?

황정민 배우 [사진=MBN]

A. (황정민 배우) 제가 특수 분장을 하는 게 4시간이 걸리거든요.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제일 관건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이 역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으니까요. 끝입니다! (웃음)

Q. 매번 4시간을 하는 분장, 힘들지 않았나?

A. (황정민 배우) 저는 안 힘들었어요. 분장하는 친구들이 힘들었겠죠. 제 욕을 받아야 하니까. 제가 "빨리 하라고! 빨리 하라고!" (웃음) 그랬지 제가 힘든 건 없었어요.

Q. 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 역할을 한 배우들이 많은데 차별화한 부분은?

A. (황정민 배우) 당연히 차별화가 될 겁니다. 왜냐하면 '서울의 봄'이라는 감독님이 작업하신 작품 안에서 움직이는 전두광이란 인물과 다른 분들이 한 인물은 기본적으로 색깔이나 모든 것이 다를 거거든요. 그 이유는 이 이야기만이 가진 또 다른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시나리오 안에서 전두광이란 인물이 정말 관객들로 하여금 '사람이 저렇게 탐욕스럽고 무섭게 변할 수 있구나' 생각을 할 수 있게 보여주길 원했고요. 감독님께서 스릴러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촬영을 하면서 관객 분들이 더 긴장하게 되는 그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게 부담이라면 제일 부담이었고요. 솔직히 대머리 분장에 대한 부담은…. 그 역할을 보여주는 데 최고의 선택이라면 저는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습니다. (미소)

Q. 황정민 배우, 작품마다 연기 변신의 폭이 크다. 전 작품 '길복순'에선 일본인으로 변신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무엇을 보나?

황정민 배우 [사진=MBN]

A. (황정민 배우) 배역을 고르는 건 절대 아니고요. 제일 중요한 건,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이지만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야기 안의 인물이 살아 숨 쉬는지, 그것이 정확하게 표현이 되는지를 보고 선택하고요. 그 인물이 그 이야기에서 정말 보여지고 관객들과 소통이 된다는 게 느껴질 때 그 인물을 선택하는 거거든요. '서울의 봄'에서도 전두광이라는 인물이 왜 이 영화 속에 있는지 영화를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것 같습니다.

Q. 정우성 배우, 최근 KBO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시구를 했는데, LG가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정우성 배우 [사진=MBN]

A. (정우성 배우) 영화와 관련된 행사 중에 제일 떨린 순간이었어요. 상암에서 영화와 관련한 프로그램 녹화를 끝내고 여유 있게 출발했는데 차가 밀려서 구장 앞에서는 차에서 내려서 거의 뛰어갔거든요. 정신 없이 갔고 '짧은 한순간인데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어떻게 운 좋게 스트라이크가 됐어요. (웃음)

Q. 이태신 역할은 실존 인물과 가장 동떨어지게 그려져 있는데, 해석할 때 어떤 주안점을 두었나?

A. (정우성 배우) 사실 이렇게 배역을 놓고 막연하게 찾아가야 했던 것은 처음이었어요. 감독님께서 전두광이란 불 앞에서 이태신이란 물 같은 존재이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물은 둘째 치고 나무가 되어서 탈 것 같은 열기 속에 내던져진 기분이었거든요. 역사적인 사실을 모티브로 해서 각색한 작품이라지만, 제가 느끼기로는 인간 본성에 대해 탐구하는 시선이 큰 작품인 것 같아요. 욕망을 쫓는 세력에 맞서는 남자의 심리적인 갈등과 고뇌, 그리고 그가 선택한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무엇일까 찾아보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Q. 이태신 역할의 실존 인물은 국회의원까지 했다. 접촉을 했나?

A. (정우성 배우) 그러지 않았어요. 12·12 사태는 모두가 다 아는 사건이고 굉장히 큰 사건이잖아요. 그것을 모티브로 하기 때문에 부담감은 있었죠. 그런데 극으로 만들려면 부담감을 다 떨쳐내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실존 인물(정태완 소장)에 대한 정보를 외면하고 배척한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세계관 안에서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올곧게 재창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습니다.

Q. 감독님께서 삼고초려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유는?

A. (정우성 배우) 영화 '헌트'가 끝난 직후였거든요. '헌트'는 어떻게 보면 있을 법한 좀 더 판타지와 같은 스토리 전개가 있잖아요. 그래도 어찌 됐든 관객들은 인물을 동일선 상에서 비교하고 바라볼 텐데, '헌트'가 끝난 직후에 비슷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로 괜찮을지 감독님께 여쭤봤죠. 작품에 대한 우려로 초반에 그런 말씀을 드렸어요.

Q. 황정민과 이상민 배우가 연기한 배역(전두환 전 대통령, 정승화 당시 계엄사령관)은 실제 인물을 유추할 만한 이름인데, 이태신이란 배역은 전혀 다른 이름으로 지었다.

A. (김성수 감독) 이태신이라는 인물이 12월 12일에 결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영화와 굉장히 많이 달랐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 인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인물이었기에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여지길 바라서 그런 이름을 정했습니다.

Q.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기획한 계기가 궁금하다.

A. (김성수 감독) 시나리오는 2019년에 제작사 대표한테서 받았어요. 처음 시나리오는 실제 사건과 굉장히 유사한 좋은 시나리오였지만 그대로 하면 다큐멘터리 같을 것 같았어요. 군사 반란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기록을 약간 따라가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자신도 없었고요. 생각해볼 시간을 달라고 하고 기다렸는데 그 사이에 제 생각에 맞게 시나리오를 고쳐주신 것도 있고요. 저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니라 극영화 감독이잖아요. 군부 내에서 권력을 거머쥔 반란 세력과 거기에 맞서려는 '진짜 군인들'의 대결로 바라본다면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맞서는 '진짜 군인'의 관점으로 보게 되고 반란 세력의 만행을 목도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 영화를 만들 때 저는 '관객들을 79년 12월 12일로 함께 데려가자'고 생각했어요. 9시간 동안 관객들이 숨막히게 같이 달려가면서 그 당시의 군부 최고 지휘권자들의 고민이 무엇이고, 순간적으로 내린 결정이 무엇일지, 또 9시간 동안 어떠한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어요. 결정적으로 한국 현대사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 되잖아요.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듯한 느낌, 생중계하는 느낌이면 재미있게 관객들이 보실 것 같았고,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관심을 가질 것 같은 희망을 갖고 제작했습니다.

Q. 역사를 모티브로 하는데 디렉팅할 때 신경 쓰신 부분은?

A. (김성수 감독) 이 영화에 참여한 분들은 저와 함께 10년 넘게 일한 분들입니다. 오래 함께 일한 이유가 촬영이나 조명 등 여러 면에서 최고의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1979년 12월을 느낄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모든 역사적인 자료와 사진, 영상을 보았고 아마 영상을 보시면 어떤 부분은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쉽게 보실 수 있는 장면을 연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와 똑같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고 적어도 그 부분은 자신이 있습니다.

다만, 실존 인물을 다루는 데 훌륭한 작가들이 도와주기는 했지만, 제가 상상하는 세계를 영화에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실존 인물을 참고하라거나 말투나 행동을 따라하라는 말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배우 분들과 함께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의 생생함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또 다시 만난 두 배우 분들의 호흡은?

A. (황정민 배우) 아이 뭐 정말 믿고 좋아하는 친구이니까요. 그런데 둘이 적대 관계라서 호흡할 필요도 없었어요. (웃음) 무슨 호흡이 필요하겠어요? 쟤만 죽이면 되는 거지. (폭소)
정우성 배우 [사진=MBN]

A. (정우성 배우) 역할을 떠나서 반갑죠. 작품으로 만날 기회가 흔치는 않거든요. 너무 반가웠고요. 다만 정민이 형이 이야기한 대로 현장에서는 거의 얘기를 안 했어요. 각자 캐릭터의 정서 속에 있기 때문에요. 정민이 형이 제게 분장 테스트 때 사진 보여주셨는데, 보니까 무시무시한 거예요. 이 분장이 너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장에서 얻어지는 기운을 그대로 배우가 뿜고 있구나'라고 느껴졌거든요. 반면에 저는 분장이 없으니까 (웃음) '아 나는 불에 타죽으러 들어가는구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미소)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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