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지막 온기 찍는다"…폐업했다 임시 가동한 연탄공장에 트럭들 줄 서
입력 2023-11-28 19:00  | 수정 2023-11-28 21:06
【 앵커멘트 】
도시가스가 보편적인 요즘 여전히 여러 사정으로 연탄을 때며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수요가 줄다 보니 연탄공장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요.
폐업을 결정했다가 다시 마지막 가동에 들어간 연탄공장을 정치훈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기자 】
아침 해가 뜨기 전, 연탄공장의 하루는 이미 시작됩니다.

멀게는 순천, 여수에서 2시간 거리를 달려온 트럭이 줄지어 서 있고, 곧 연탄 찍는 소리가 들립니다.

컨베이어에 줄지어 나오는 연탄, 행여나 부서질세라 조심스레 트럭에 옮깁니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 1954년 문을 연 이 공장은 한때 200여 명이 일하며 1년에 연탄 1억 6천만 장을 찍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이 열 명 남짓으로 줄었고 세월만큼이나 낡았습니다.

수지가 맞지 않아 지난 6월 폐업을 결정했지만, 겨울이 찾아오자 연탄 요청이 빗발쳐 다시 라인 하나를 가동시켰습니다.

▶ 인터뷰 : 연탄 소매상
- "영세민들 때야 하니까 그 사람들 위해서도 해요. 우리가 봉사하는 정신도 있어요. 힘들죠. 기름 값하고 인건비 주고 나면 없죠."

전국의 연탄 공장은 2016년 46개였는데, 2020년 30개로 줄더니, 올해 현재 절반가량만 남았습니다.

같은 기간 연탄 소비량도 2016년 3억 4,000만 장에서 지난해 1억 1,800만 장으로 급감했습니다.

1톤 트럭 한 차 가득 실으면 연탄 1천 장, 서둘러 배달에 나섭니다.

좁은 골목길에선 짊어지고 나르기가 일쑤, 커피 한 잔을 대접하며 고마움을 나타냅니다.

▶ 인터뷰 : 김경옥 / 광주 소태동
- "(걱정했는데) 엊그제 연탄 갑자기 구하셔서 떼어(배달해) 준다고 해서 너무 감사하고 잘 때겠습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현재 연탄 한 장 가격은 800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연탄공장이 사라지게 되면 1,200원까지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멀리 떨어진 다른 연탄공장에서 연탄을 가져오면 물류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연탄 넉 장이면 훈훈한 겨울을 날 수 있기에 배달이 반갑습니다.

▶ 인터뷰 : 김귀덕 / 광주 서창동
- "기름 값은 비싸고 누가 사주나?자식들 돈 번다고 해도 자기들 먹고살아야지. 안 그래요? 그런데 힘이 드니 못 하겠어. 그것(연탄 가는 것)도. 그래도 이번에 또 (연탄) 놓았다니까. 또!"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는 시구가 떠오르는 요즘, 마지막 연탄공장은 오늘도 그 누구에게 전해질 뜨거운 온기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이범성
그래픽 : 박경희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