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행적 알리는 425자 문구 새겨 넣은 비석
성남문화원장 "경각심 주자는 취지"
성남문화원장 "경각심 주자는 취지"
을사오적의 한 명이자 대표적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꼽히는 이완용 비석이 논란 끝에 결국 철거됐습니다. 설치된 지 6일 만입니다.
이완용의 친일 행적을 후대에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제작됐는데 "위인 기념비인 줄 알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성남시 산하 기관인 성남문화원은 오늘(28일)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한 유치원 인근에 설치한 이완용의 친일 행적을 담은 비석을 철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완용 비석이 설치된 건 6일 전인 지난 22일.
성남문화원은 예산 250만 원을 들여 분당구 백현동의 한 유치원 인근에 가로 75cm, 세로 112.5cm 크기의 이완용 비석을 설치했습니다.
비석이 설치된 곳은 이완용의 생가터입니다.
비석에는 이완용의 일대기가 425자로 담겼는데 "이완용은 1858년 백현리에서 가난한 선비 이호석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9세 때 일가인 이호준에게 입양됐다", "을사늑약 후 내각총리대신이 돼 매국 내각의 수반이 됐다" 등의 내용이 축약돼 있었습니다.
김대진 성남문화원장은 "역사는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며 "이완용의 친일 행적을 비석으로 세워 경각심을 주자는 취지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성남문화원의 취지와는 달리 "위인 기념비인 줄 알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외관상 일반적인 기념비와 큰 차이가 없어 자칫 매국 행위를 한 자를 칭송하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성남문화원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비석을 세울 예산으로 어려운 독립운동가 후손을 도와라", "세금을 그렇게 쓰라고 내는 줄 아느냐. 창피한 줄 알아라",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의 생가터를 굳이 시민들이 알아야 하냐" 등 이완용 비석에 공감하지 못하는 비판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성남문화원은 설치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해당 비석을 철거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