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궁예의 나라 새로운 흔적 발견되나? "한반도 목간 중 글자 수 최다"
입력 2023-11-28 10:45  | 수정 2023-11-28 10:56
양주 대모산성에서 궁예가 세운 '태봉' 연호 적힌 나뭇조각 확인 / 사진=연합뉴스
국내 태봉 관련 첫 문자 자료 주목…전문가 검토 거쳐 102자 판독

최근 경기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에 한반도에서 발견된 목간 중 가장 많은 글자가 적혀 있다는 전문가 검토 결과가 나왔습니다.

후삼국 시대에 궁예(?∼918)가 세운 '태봉'의 최초의 문자 자료인 데다, 당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사실도 파악돼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입니다.

학계에 따르면 양주시와 기호문화재연구원은 지난 20∼21일 한국목간학회 소속 연구자 6명과 함께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내용을 판독하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목간에 남은 글자와 그림 / 사진=연합뉴스

검토 결과, 목간에는 총 8행에 걸쳐 123자의 글자가 쓰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목간 하나에 기록된 문자를 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례입니다.

경북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출토한 신라 목간의 경우, 5면에 걸쳐 약 98자의 글자가 확인돼 글자 수가 최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보다 20자 이상 많은 것입니다.

양주시 관계자는 "총 8면 중 그림이 있는 한 면과 공란 한 면을 제외한 나머지에 글씨가 쓰여 있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목간 중 문자 수가 최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목간에서 확인한 사람 그림 / 사진=연합뉴스

회의 참석자들은 유물과 적외선 카메라 촬영 사진 등을 비교해 123자 가운데 102자를 판독했습니다.

1면으로 보는 한 면에는 사람을 연상케 하는 그림이 있었고, 그 왼쪽 면(2면)에는 '정개 3년 병자 4월 9일'(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을 포함한 문구가 남아 있었습니다.

정개는 태봉에서 914년부터 918년까지 사용했던 연호로, 정개 3년은 916년을 뜻합니다.

판독에 참여한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태봉과 관련된 첫 목간 자료이자 (연호와 간지가 확실한) 절대 연대를 가진 유일한 목간"이라고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목간 2∼4면의 글자 / 사진=연합뉴스

목간에 적힌 내용 전반은 4월 9일 제사를 지내고 난 뒤 남긴 기록으로 추정됩니다.

날짜와 적힌 면에는 '성'(城), '대정'(大井), '대룡'(大龍)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성의 큰 우물에 살고 있는 대룡'에게 제사를 지낸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당시 제사 혹은 제의를 어떻게 지냈는지, 무엇을 기원했는지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중요 행사를 치른 뒤 기록을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목간학회가 판독한 내용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4면에 남은 '신해세입육무등'(辛亥歲卄六茂登)이란 글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신해년에 태어난 26세 무등'으로 볼 수 있는데, 60간지 상 신해년은 891년에 해당합니다.

정개 3년, 즉 916년 시점에서 보면 신해년 출생자는 26살이 됩니다.

기존 역사·문헌 기록에는 나오지 않는 새로운 인물 이름으로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목간에 있는 그림이 '무등'을 표현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양주시 관계자는 "대모산성은 과거 임진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교통로 상 군사적 요충지였는데, 태봉의 지배 아래에 있던 성주 또는 (지방) 호족이 '무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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