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고즈넉한 저수지를 찾아서
농사를 위해 만든 저수지가 그럴듯한 풍경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있다. 푸른 물과 그 주변을 감싼 풀과 나무들, 그 사이로 새벽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풍경은 몽환적이다. 청송의 주산지와 밀양의 위양지가 대표적이다.
청송 주산지
20년 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첩첩산중 청송 주왕산 주산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에 그려지는 사계절의 풍경은 신비스러울 만큼 아름다웠다. 미국 「AP통신」은 주산지를 ‘한국의 숨겨진 보석이라고 소개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 이곳을 재선정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꼭 방문해야 할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꼽은 것이다.‘사람이 만든 아름다운 자연의 극치라 평가받는 주산지는 조선 숙종 1720년에 착공해 그 다음해에 완공한 저수지다. 길이 200m, 평균수심 약 8m인 주산지는 만든 지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주산지의 풍광을 아름답게 만드는 주인공은 수령이 수백 년 된 왕버들이다. 왕버들이 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이긴 하지만 물속에 뿌리를 두고 수면 위로 줄기를 뻗은 곳은 주산지가 유일하며 사계절 다른 풍모를 보여준다. 어느 때 가도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새벽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모습은 놓치지 말아야 할 비경이다.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는 겨울 풍광도 아름답다.
위치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리 73
밀양 위양지
[사진=밀양시청]
요즘 위양지가 핫하다. 위양지는 이팝나무가 만발하는 봄의 풍경뿐만 아니라, 드넓은 저수지와 그 안의 작은 섬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과 길목에 늘어선 구절초, 해바라기, 코스모스 그리고 정자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 역시 아름답다.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이후 비밀이 해제된 정원이다.‘백성을 위한다는 의미가 담긴 위양지는 그 역사가 깊다. 신라시대 때 만들어졌다니 1,000년이 넘었다. 위양지의 본래 이름은 양양지. 논에 물을 대던 수리 저수지였지만 인근 가산저수지가 들어서면서 기능을 잃은 대신 아름다운 풍경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제방 둘레 약 1km 위양지에는 5개 작은 섬이 있는데 그중 두 개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섬 한 곳에 완재정이 있다.
[사진=밀양시청]
완재정은 안동권씨 위양 종중의 입향조인 학산 권삼변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이 세운 정자로 이곳은 위양지의 화룡점정으로 꼽힌다. 대문 너머 저수지 풍경은 인기 포토존이다. 저수지 제방 산책로를 걷는 맛도 일품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소나무와 팽나무, 느티나무 등이 늘어서 있고, 저수지에 뿌리를 내리거나 나뭇가지를 담그고 있는 왕버들나무도 운치를 더한다. 눈 쌓인 겨울의 완재정 풍경도 압권이다.위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로 273-36
[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청송군청, 밀양시청]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