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누수 때문에 아랫집 노인 살해·방화한 40대 무기징역 선고

살해 뒤 증거 인멸 위해 집 방화·도피자금 위해 절도까지 저질러

아래층에 사는 70대 노인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정모(40)씨가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당우증 부장판사)는 오늘(24일) 오전 살인·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누수문제로 갈등이 있었는데, 피고인의 잘못으로 생긴 누수문제와 경제적 어려움, 가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모두 피해자 잘못으로 돌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범행 직후 도주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사체에 이불을 덮고 도피 자금을 위해 절도까지 감행했다"며 "피해자는 유족과 매우 깊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유족들은 범행 이후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사실대로 자백하고 있으며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유족은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사형자의 사정으로 감형하는 게 부당하다"며 "사형을 원한다"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지난 6월 14일 정씨는 오후 8시쯤 서울 양천구 신월동 다세대주택에서 아래층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과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아래층에 사는 A씨의 자녀로부터 층간 누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앙심을 품었고, 올해 6월 임대차 계약 만료로 거주도 어려워지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씨는 범행 직후 도피자금으로 쓰기 위해 A씨의 돈을 절도한 혐의도 받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