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황의조 통화·메신저 내용 공개…"싫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피해자 신원 특정하는 2차 가해 그만둬야"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에 대해 피해자 측이 "촬영에 동의한 적 없었다'고 반박하며 관련 대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오늘(23일)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황씨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와 통화 녹취록을 일부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통화 내용에 따르면 지난 6월 영상 유출 뒤 피해자가 황씨에게 "내가 그날 싫다고 분명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자 황씨는 "찍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피해자가 "어찌 됐든 불법 촬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자 황씨는 "최대한 그걸(영상 유포를) 막으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2시간 뒤 황씨가 피해자에게 메세지를 보내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내가 부주의한 바람에 영상이 유포됐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처음 통화에서는 반박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수습에 나섰지만 (메시지 내용이)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앞서 "관계 시 휴대폰을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상대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는 황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황씨 측의 입장문을 언급하며 "피해자는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어딘가에 두면 촬영 중이라고 인식해야 하냐"며 최소한 황씨가 피해자에게 명시적으로 동의를 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촬영 뒤 피해자와 영상을 같이 봤다고 동의한 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자가 동의해서 찍었다면 왜 교제 중에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특정하는 황씨 측 입장문 내용에 대해서도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대한축구협회와 위르겐 클리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해서도 2차 가해에 방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황씨는 불법 촬영 혐의로 조사를 받고 사흘 뒤인 지난 21일 중국과의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혐의가 입증된 것이 없다"고 말했고, 축구협회에서도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8일 황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황씨는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