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생생중국] 마카오를 걸어서 가 보자…분단 70년, 우리는 언제쯤 걸어서 국경을 넘어갈까?
입력 2023-11-19 13:00 
밤늦은 시간에도 선전-홍콩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 사진 왼쪽이 선전에서 홍콩으로, 오른쪽이 홍콩에서 선전으로 넘어오는 통로이다. / 사진 = MBN 촬영
얼마 전 중국 남부 광둥성 일대를 돌아봤다.

이 지역엔 2곳의 국경(검문소 개수는 그보다 많다)이 있다. 바로 홍콩과 마카오 국경이다. 물론 이 두 지역은 따지자면 중국의 영토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150년 이상 다른 나라 식민지로 있다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곧바로 본토와 일체화시키지 않고 일국양제를 택하면서 엄연히 국경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중국 선전시 남쪽에 위치한 사터우자오중잉제(沙頭角中英街)를 가 봤다. 선전시에 사터우자오라는 지역이 있는데, 아편전쟁과 그에 따른 난징조약의 결과로 홍콩이 영국에 할양되면서 졸지에 거리가 반으로 쪼개졌다. 한쪽은 중(中)국 땅이, 반대쪽은 영(英)국 땅이 됐다고 해서 거리 이름이 중잉제(中英街/CHINA-ENGLAND STREET)가 된 것이다.



어느 날 마을이 둘로 쪼개지더니 나라가 바뀌었다!


적확한 비교라고 자신할 순 없지만, 해방 이후 곧바로 38선이 그어지고, 그것도 모자라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5천 년을 함께 살던 땅이 어느 날 갑자기 분단이 됐을 때. 살던 마을이 둘로 쪼개지고 마을 사람들끼리도 만나지 못하게 됐을 때의 심정이 그 당시 사터우자오 사람들의 심정과 비슷했을까.

기자가 중잉제 국경검문소에 들른 시간은 밤 9시가 넘었을 때였는데, 그 시간에도 홍콩에서 선전으로, 또 선전에서 홍콩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엄연히 국경을 넘는 것임에도 이들은 슬리퍼를 신고, 자전거를 타고, 가족끼리 얘기를 나누며 옆 동네를 가듯이 편하게 오가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는 상당히 낯설고 신기해 보였다.

이렇게 차로도 선전과 홍콩을 오갈 수 있다. 양쪽을 오가는 차량은 선전시 번호판과 홍콩 번호판을 모두 부착해야 한다. / 사진 = MBN 촬영


주하이에선 진짜 걸어서 국경을 넘어가 봤다!


밤늦은 시간이라 선전에서 홍콩으로 넘어 갔다 오지는 못했다. 그리고 도시를 이동해 이튿날엔 마카오 국경을 갔다. 마카오와 국경을 맞댄 중국 도시는 선전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주하이(珠海)였다. 주하이에도 국경이 몇 곳이 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되고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공베이코우안(拱北口岸)이라는 곳이다.

기자가 검문소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가 채 되지 않았을 때인데, 이미 많은 사람이 마카오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주하이에서 중국 출국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중국 출국 후 마카오 입국심사를 마치면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 사진 = MBN 촬영


국경을 넘는 절차는 중국 출국→마카오 입국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별다른 절차도 없이 일사천리로 국경을 넘을 수가 있다. 이어져 있는 땅에 금을 하나 그어놓고 한 발짝만 내디디면 나라가 바뀐다고 생각하니 이 역시 또 신기하고 낯설었다.

주하이에서 마카오로 한 걸음 만에 국경을 넘었을 뿐인데 자동차 운전석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었다! / 사진 = MBN 촬영


홍콩‧마카오 주변을 경제특구로 지정…지금은 중국 경제 1번지


중국은 빼앗겼던 땅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래 서방 체제 아래 경제가 발전한 두 지역을 십분 활용해서 중국 경제 성장을 이루려고 했다. 선전과 주하이 등 국경을 맞댄 중국 도시들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교류를 활발하게 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뤘다.

선전과 홍콩, 마카오, 둥관, 광저우가 위치한 이 지역은 <주장 삼각주>라고 불리며 중국 경제의 핵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광둥성 역시 중국 31개 성‧시 중 GDP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세계 최장의 해상대교인 강주아오대교를 지었다. <(香)港珠(海)澳(門) 大橋>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다리라는 의미이다.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대교. 너무 길어서 사진 한 장에는 담을 수가 없다. / 사진 = MBN 촬영


대륙에 붙어 있지만, 섬나라처럼 사실상 국경이 없는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대륙에 붙은 반도 국가이다. 대륙에 붙어 있으니 국경이 있어야 정상이건만, 지금 우리나라는 사실상 국경이 없다. 휴전선이 있을 뿐이다. 휴전선은 당연히 아무도 넘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전쟁이 잠시 멈춘 것뿐이니까. 이렇듯 국경이 없으니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도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기자 역시 여행이나 출장 중에 국경을 넘어본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번처럼 직접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은 처음 해봤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걸어서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는 좁게 보면 남과 북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개성을 포함한 휴전선 일대에 왕래가 자유롭게 된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남과 북이 다시 하나로 합쳐져서 이번엔 진짜 국경을 맞댄 중국과 러시아를 걸어서 넘어갈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의 대한민국과 북한이 각각 존재하는 것보다 세계 무대에서 훨씬 더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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