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父 빈소 나타난 낯선 여성, "사실혼 관계니 유족연금 달라"
입력 2023-11-17 09:25  | 수정 2023-11-17 09:36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불현듯 나타나 자신이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라며 빈소를 지키고 있는 자녀에게 유족 연금 지급을 요구한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어제(16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사연자 A씨는 생전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시면서 장례식을 치르다 생긴 일을 전했습니다.

A씨의 설명에 의하면, 얼마 전 A씨 부친의 장례식장에 일면식이 없던 한 아주머니가 찾아왔습니다.

찾아온 아주머니는 A씨에게 "(A씨의) 아버지와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10년 동안 부부처럼 함께 살았다"며 "아버지가 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도 본인이 간병했고, 보호자 란에 본인을 '배우자'로 기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찾아온 아주머니는 본인이 아버지의 사실혼 배우자이기에, 자신이 (A씨의) 아버지의 유족연금을 수령해야 한다고 A씨에게 주장했습니다.

생전 아버지로부터 재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없던 A씨는 곧바로 친척들에게 찾아온 여성을 아는지 물었으나, 친척들도 모두 처음 봤다고 답했습니다. A씨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저희 할머니도 아주머니를 간병인으로만 알고 계셨다"고 전했습니다.

찾아온 아주머니를 믿을 수 없던 A씨는 유족연금 이야기를 정중히 거절했으나, 얼마 후 아주머니가 검사를 상대로 사실혼 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김미루 변호사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3조 '유족의 인정기준과 관련한 별표 1'에는 배우자와 자녀에게 유족연금이 인정된다"고 설명하며 "배우자가 아닌 경우에는 사실상혼인관계존재확인 판결에 따라 인정되는 경우만 (유족연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되어 있기에, 그 여자분이 사실상혼인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김 변호사는 "A씨는 유족연금의 수급권이 있는 자녀로서 찾아온 여성분의 사실혼관계가 인정되면 유족연금 수급금액이 축소되는 이해관계인이기 때문에, 피고(검사)의 보조참가인으로서 소송에 참가해 방어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에 의하면, 우리 판례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나, 형식적 요건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남녀의 결합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정의합니다.

이로 인해 사실혼 관계도 법률상 부부와 준하는 정도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의 합치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사회적 사실이 존재하여야 하며, 사회적 정당성 또한 갖춰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사연에서 그 여자분은 아버지와 결혼식을 올리거나 최소한 양가 친지나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하여 예식을 올린 적이 없어 보인다"며 "아버지의 모친인 할머니와 아버지의 형제들 모두 그 여자분을 아버지 사망 당일 병원에서야 보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아버지의 가족 대소사에 배우자로서 그 여자분이 참석한 적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A씨의 할머니가 A씨의 아버지랑 계속 같이 살았다고 말한 것으로 비춰볼 때, 찾아온 여성과 아버지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같이 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A씨가 사실상혼인관계존재 확인의 소송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사망한 아버지가 생전에 그 여자분에게 일부 금전적인 지원을 하거나 선물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아버지 의사에 따른 증여이기에 이 부분을 되돌려 받기는 어렵다"며 상당히 큰 금액의 증여나 부동산 증여가 있고, 이로 인해 상속재산이 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상속인들은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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