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손해배상 책임 첫 인정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피해자 71세 김모 씨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약 4년 간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이 제조,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습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도중이었던 2010년 5월에는 폐질환 진단을 받았는데, 병세가 더 악화되면서 3년 뒤에는 원인 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김 씨에게 3단계 판정을 내렸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작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3단계 피해자의 경우 1단계, 2단계와 달리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에 김 씨는 2015년 살균제 제조·판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에선 받아 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2심 법원은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해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김 씨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불복해 이 사안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습니다.
대법원은 "옥시와 한빛화학이 김씨의 질병이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를 비롯한 사용자들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제품상 표시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2심 재판부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습니다.
이어 "원고가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받은 질병관리본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라며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