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을 앞두고 뉴몰든(New Malden) 한인타운을 처음 방문한 가운데, 75세 생일을 앞두고 선물로 김치와 김치 요리책을 받았습니다. 찰스 3세는 김치에 대해 궁금증을 표하며 "(먹으면 매워서) 머리가 터질까? (머리가) 남아 있을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뉴몰든을 방문한 모습 / 사진=연합뉴스
찰스 3세는 8일(현지시간) 런던 남서부 외곽 뉴몰든 한인타운을 방문하며 한인 사회를 둘러보고, 한국 음식과 문화 등을 살펴보며 한국에 관한 이해를 키웠습니다.
뉴몰든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맞이한 윤여철 주영한국대사는 "국왕이 김치 선물을 받고 '배추(cabbage)로 만든 것이죠'라고 물어 '발효된 것'이라고 답했더니 어떤 맛일지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찰스 3세가 받은 김치는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이 한국에서 담가 인편으로 전날 공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치 한 포기를 작은 항아리에 담고 찰스 3세가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점을 고려해 포장은 보자기로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찰스 3세는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찰스 3세에게 김치를 건넨 한영문화교류(KBCE) 설립자 장정은씨는 "식성에 맞춰서 고춧가루를 절반만 넣고 새우젓과 마늘은 끓여서 냄새를 줄였다"며 "포기김치를 썰어 먹기 어려운 것을 감안해서 한 입 먹을 분량으로 잘라 김치 잎으로 싼 뒤 미나리로 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치 요리책은 뉴몰든 지역에서 전해지는 한국, 북한, 중국 연변의 김치 비법을 모은 것으로, KBCE가 영국복권기금 지원으로 제작했습니다.
한편 찰스 3세와 같이 영국의 왕실 고위 인사가 뉴몰든을 찾아와 한인 사회를 살펴본 일은 처음입니다.
8일(현지시간) 참석자들에 따르면, 찰스 3세는 한인과 탈북민들이 정착한 과정과 뉴몰든이 한인타운이 된 배경 등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김치와 한식에 관해서도 재료를 궁금해하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윤여철 주영한국대사는 "오늘 국왕이 뉴몰든을 찾아와 한 명 한 명 대하는 것을 보니 영국에 정착한 한인에게 용기를 주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진심이 담긴 것 같아서 한인사회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찰스 3세를 환영하러 온 한 교민도 "대관식 이후 첫 국빈 방문으로 한국 대통령을 초청했고, 그 사전 행사로 교민 사회의 중심인 뉴몰든을 방문하는 것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주요 파트너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올라갔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찰스 3세 국왕은 의회 '킹스 스피치'에서도 윤 대통령 부부 국빈 맞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0일∼23일 찰스 3세 국왕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입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