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미끼' 유인 50대 모텔 사장…법원 "지적장애 알고서 범행"
4명 중 1명 극단 선택…1명 징역 8년에 2심 중, 1명은 1심 진행
4명 중 1명 극단 선택…1명 징역 8년에 2심 중, 1명은 1심 진행
올해 봄 강원 산골 마을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인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이 1심에서 잇따라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모텔이나 제빵업을 운영하는 가해자들은 구직 면접과 직원 채용 등을 빌미로 모텔 등지에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 이수웅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장애인 준강간)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각 5년간 취업 제한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원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전 모텔 구인 광고 글을 보고 연락한 지적장애 여성 B씨를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만나 채용을 도와줄 것처럼 모텔로 데리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구직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 모텔 방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간음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에게 지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 등으로 볼 때 B씨 진술의 주요 부분에 신빙성이 높고, B씨의 지적 장애로 항거 곤란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구직 활동을 도와 주기 위해 모텔 객실 안으로 데려갈 이유가 없고 자신이 운영하는 모텔이 있음에도 다른 모텔로 데려간 점 등으로 미뤄 피해자를 성폭행할 목적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지적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면접 등을 핑계로 범행한 점으로 볼 때 죄책이 무겁고 죄질도 나쁘다"며 "반성하기는커녕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죄책을 면하려고만 하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와 검찰 모두 항소한 이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2심이 진행 중입니다.
해당 사건의 수사는 피해자 B씨의 집 주변 편의점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사는 B씨의 모습을 본 종업원이 B씨로부터 '성폭행당해 임신테스트기를 산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강원 산골 마을에 큰 충격을 준 이른바 '20대 지적 장애인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A씨를 비롯해 모두 4명입니다.
이 중 A씨와 함께 구속기소 된 50대 제빵 업체 대표 C씨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2심이 진행 중입니다.
강원 지역에서 빵 제조·판매업을 하는 C씨는 지인의 소개로 직원으로 고용한 B씨를 2021년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매장 화장실, 본점 내실과 사무실, 호텔 객실 등에서 4차례 간음한 혐의를 받습니다.
C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호감 표현에 연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동기였다”고 주장했으나, 일부 범행 과정에서 B씨에게 ‘부모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고, B씨의 동의 없이 옷을 벗기거나 벗었던 옷을 다시 입지 못하게 한 사실이 재판부가 채택한 증거 조사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한편 불구속기소 된 1명은 강릉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고, 나머지 1명은 올해 봄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으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