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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문화가산책] 신간을 만나다…<일과 인생> 외
입력 2023-11-01 10:17  | 수정 2023-11-01 15:41
일과 인생 [사진=을유문화사]
일과 인생


일본 내 아들러 심리학의 일인자이자 2000년 이후 국내 51주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일과 인생'을 분석한 책을 냈습니다.

이치로는 평생 직장이 사라진 지 오래이고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 '유병장수' 하면서 오래 벌어야 하는 시대에 일은 단순히 생계 수단에 그치기보다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일하는 것은 산다는 것과 뜻을 같이 한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면 일하는 것도 마땅히 행복한 것이어야 하며, 설령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다 해도 일함으로써 불행해진다면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실은 사랑의 본질도 일하는 것, 즉 '뭔가를 기르는 것'에 있습니다. 저자는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을 인용해 말합니다. 인간이 누군가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염려하고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한다면, 그것은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말입니다.


일이 이처럼 중요하지만 자신의 가치가 생산성에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판입니다.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사는 것 그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타자를 바라볼 때에도 이상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점수를 깎는 시선으로 보지 않아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퇴직한 이후의 소일거리, 데이케어 센터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한 요리 봉사 등이 모두 의미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떠올리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파악하는 한, 거기에서 비롯된 고민이 끝없이 계속된다며 경쟁의 장에서 내려오라고 말합니다. 사람마다 걷는 위치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우월성의 추구'란 각자 다른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란 말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

트렌드 코리아 2024 [사진=미래의창]

올해 발간된 책 '트렌드 코리아 2024'는 AI와 챗GPT를 이야기하는 시점에 최대로 끌어올려질 인간의 역량과 역할에 대해 주목합니다.

트렌드코리아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가 2008년부터 매년 다음해의 트렌드를 전망하고 분석하는 경제전망 분야 대표 도서 시리즈입니다.

2024년 트렌드코리아 팀이 선정한 10대 소비자 트렌드 키워드는 분초사회, 호모 프롬프트, 육각형 인간,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도파밍, 요즘 남편 없던 아빠, 스핀오프 프로젝트, 디토 소비, 리퀴드폴리탄, 돌봄경제입니다.

'분초사회'는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전환되면서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많아진 사람들의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주목한 키워드입니다. 두 번째 키워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의미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덩달아 AI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사색과 해석력을 겸비한 인간이 던지는 질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음 키워드 '육각형 인간'은 모든 것에서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합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렸다고 느끼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강박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절망을 느끼고 또 놀이로써 활용합니다. 또,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일물일가' 또는 '최저가'가 아닌 '최적가'를 도출하는 전략을 일컫습니다.

이밖에 도파민을 좇는 사회, 결혼 후 평등한 동반자로서 자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6시 신데렐라'를 자처하는 아빠, 커리어 개발을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핀오프 사회, 고정된 지역에서 살지 않는 유목적 라이프 스타일 등 한국의 트렌드가 소개됩니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사진=21세기북스]

타임지의 전 편집장이자 CNN의 최고경영자였던 세계적인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우리 시대의 가장 논란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 왔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전기에 이어 이번에는 일론 머스크의 유일한 공식 전기를 집필한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일론 머스크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객관적으로 써줄 사람으로 월터 아이작슨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결심했으니 자신의 전기를 가감 없이 써줄 것을 제안합니다.

아이작슨은 그 후 2년 넘게 주당 100시간 이상을 일하는 일 중독자 일론 머스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의 회의에 참석하고 함께 공장을 걸으며 그의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그의 가족과 친구, 동료와 조언자들을 만나 머스크의 다른 면을 추적했습니다.

아이작슨이 이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인터뷰한 대상은 130여 명으로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 같은 세계적인 거물 기업가뿐만 아니라 머스크와 한때는 동료였지만 회사에서 그를 몰아냄으로써 적이 되어 버린 사람들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책에는 머스크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세 번의 로켓 발사가 실패하고 돌아가고 파산 직전으로 몰린 순간의 이야기, 미루고 미루던 신혼여행을 간 사이 사내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당한 사건 등이 생생하 담겨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천재인지 몽상가인지, 영웅인지 사기꾼인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민간 항공 우주 기업의 설립과 전기자동차 판매, 트위터 인수 등을 이룬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인 일론 머스크의 모든 면을 허심탄회하게 전합니다.

미국의 상페

미국의 상페 [사진=미메시스]

프랑스를 대표하는 삽화가로서 따뜻하면서도 위트 있는 그림과 글을 선보였던 장자크 상페의 별세 1주기를 추모하며, 상페가 미국을 여행할 당시 그린 작품과 그를 기린 칼럼을 엮은 책 '미국의 상페'가 출간됐습니다.

상페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얌전한 부르주아의 도시인 반면, 미국은 '모든 이가 긍정적이고, 삶의 변덕스러운 면모에 맞춰 적응하려고 애쓰면서 저마다 나름대로 앞길을 헤쳐 나가는' 대중적인 나라라고 보고 미국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했습니다.

별세 1주기를 추모하는 책 '미국의 상페'는 구입할 경우 장자크 상페의 작품을 큼지막하면서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한정판 포스터가 증정됩니다.

장자크 상페는 소년 시절 악단 연주자를 꿈꾸면서 자신이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들을 그리면서 열정을 키우던 중 1960년 유머 작가 르네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콜라'를 만들고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며 삽화가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앞서 상페가 그린 '좀머 씨의 이야기' 속 삽화와 '속 깊은 이성 친구',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의 데셍도 그의 능력을 여실히 드러낸 명작들로 꼽힙니다. 1991년 상페가 30년간 그린 데셍과 수채화가 '파피용 데 자르'에 전시되었을 때는 현대 사회에 대해 사회학 논문 1천 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기회의 심리학

기회의 심리학 [기타=안타레스]

"운이 좋았다" 또는 "운이 나빴다". 자주 하는 말이고, 그동안 운의 패턴을 찾으려는 시도는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

하지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실험심리학 및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바버라 블래츨리 교수는 '무작위성'으로 대표되는 운과 기회의 언어, 문화, 신화, 미신, 주술 등이 '과학'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합니다.

블래츨리 교수는 그동안 '끌어당김', '마음 챙김', '시크릿' 등 자기계발 개념 정도로 부유하던 긍정심리학의 원리를 '신경과학(뇌과학)'과 일치시키며 과학적 사실임을 공고히 합니다. 요컨대 운이 좋아지고 기회를 잡는 방법을 뇌는 학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삶에서 마주한 우연을 주의 깊게 살핀 경험이 누적되면 뇌의 '기회 감지기'인 전두엽의 주의력 회로가 민감해지지만, 반대로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운이 없었다'거나 '재수가 없었다'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쓸모가 없었다고 인지한 경험은 무의식의 기억 은행에 보관되지 않지만, '운이 좋았다'거나 '좋은 기회였다고 인지한 경험만 인출 가능한 지식으로 영구 보관됩니다.

때문에 기회를 잡는 능력을 단련하려면 '운이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고 평소 직감에 따라 적극적으로 뛰어들거나 서둘러 벗어나야 대뇌 전두엽이 오감 체계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내는 쪽으로 유도한단 겁니다.

블래츨리 교수는 실제 첨단 장비로 뇌파를 측정하면 우리의 생각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데다, '거울뉴런'과 같은 교감 신경 세포 또한 서로에게 깊고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긍정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합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사건을 우연이 아닌 '기회(잡을 기회 또는 피할 기회)'로 생각한다면 통제력이 높아져 기분이 좋아지고, 우리의 삶이 혼란스러울 때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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