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조현병 전 단계, 초기 조현병 환자의 미세한 뇌조직 변화를 포착해 내면서 조현병 조기 진단의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행동 등의 증상과 사회적 기능 장애를 동반하는 대표적인 중증 정신질환으로, 시간이 갈수록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발병 직후 4∼5년간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분당서울대병원 문선영(제1저자) 교수팀은 어제(27일) 조기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로 뇌자기공명(MRI) 질감 분석을 적용해 뇌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정신증 고위험군(조현병 전단계), 초발정신증군(조현병 초기 단계), 대조군의 MRI 영상을 바탕으로 조현병과 관련된 뇌 영역의 질감을 분석해 영역별 회색질 부피·두께와 질감 특성의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질감 분석이란 MRI 영상을 구성하는 작은 3차원 단위(복셀) 중 인접한 단위들의 상호관계를 조사해 질감 특성을 분석하는 기법으로, 뇌조직의 부피 변화나 신호 강도에 기반한 분석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전 단계인 정신증 고위험군에서는 조현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회색질 부피·두께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전두엽 부위에서 회색질의 복잡성과 상호의존 정도를 반영하는 'IMC1 질감지표'가 대조군이나 초발정신증군보다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정신증 고위험군에서 전두엽 IMC1 지표는 양성 증상의 심각도와 반비례했습니다. 이는 뇌가 환경·상황에 따라 스스로 변화하려는 성질(신경가소성)의 일종인 피질재구성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발병 전에는 뇌가 회복하려는 힘 때문에 상호작용(IMC1 질감지표)이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입니다.
그러다 초발정신증군이 되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대조군보다 회색질 부피와 두께에서 유의한 감소를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높은 민감도를 가진 질감 분석으로 조현병 증상에 관련된 미세한 회색질 변화를 최초로 포착해 냈으며, 이를 통해 조기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전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