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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박혜수 “세월호 참사 추모하는 영화, 오래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M+인터뷰①]
입력 2023-10-27 09:02 
박혜수 인터뷰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조현철 감독 첫 장편 연출작 ‘너와 나, 10월 25일 개봉
고등학생 세미 役의 박혜수 인터뷰
김시은과 호흡부터 특별출연한 박정민의 연기를 직접 본 소감 공개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와 나 박혜수가 김시은과 함께 뭉클한 우정과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되새겨줬다.

최근 박혜수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스윙키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에서 활약한 박혜수와 ‘다음 소희로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배우 김시은이 함께했다. 박혜수는 극 중 고등학생 세미 역을 맡아 절친 하은과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서정적이고 몽글하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너와 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잊지 말아야 할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 씁쓸하면서도 애도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메시지 역시 담백하면서도 애틋하게 내포하고 있는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다.

박혜수는 이 과정에서 솔직하지 못하면서도 10대다운 모습을 보이는 여고생 세미를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김시은과 함께 그 나잇대의 순간들을 공감되게 담아냈으며, 풋풋하면서도 서정적이고 따스하면서도 애틋한 느낌을 선사한다.

#. 박혜수와의 일문일답
박혜수 일문일답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Q.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당시에는 귀여웠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가운데 ‘너와 나에서는 여고생의 풋풋한 느낌이 더욱 살아나면서도, 귀여웠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A. 되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대본을 읽었을 때 대본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 안에 상징적인 것들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어쨌든 결국에는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마냥 사랑의 이야기만은 아니구나를 느꼈을 때, 죽음이라든지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구나를 알았을 때, 어렵겠지만 이런 영화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그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일단 상업 영화 경험밖에 없었어서 독립영화를 경험해본 선배님들의 의견을 주변에 여쭤봤었을 때 좋은 기억을 가진 분이 많아서 그런 점에서 꼭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Q. 일련의 사태가 있었다. 학창 시절 이야기 보니까 부담감은 없었나. 또한 극 중 나오는 사건 역시 많은 아픔이 있는 사건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A. 부담감이라기보다 어쨌든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지 않나. 이 세미라는 인물이 어쨌든 그들을 표현한 인물이 될텐데, 세미를 정말 사실적이고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인물로 만들어야겠다는 연기적인 그런 욕심이나 부담감은 있었던 것 같다.

Q.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인 만큼 조심스러웠을 것도 같다. 어떻게 접근하려고 했나.

A.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해할 수 있고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지만, 사실 세미와 하은이가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의 하루를 그린다. 그러다 보니까 둘이 티격태격 했다가 엇갈렸다가 그 마음을 확인했다가 이런 과정을 지나지 않나. 정말 그 한 신 한 신마다 매 순간 감정에 집중하는게 가장 좋은 방식이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되게 매신 하은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티나게 입꼬리라든지, 정말 어쩔 줄 몰라하다가도 질투가 나서 화가 났다가도 그네 밀어준다고 금방 풀렸다가도 하는 감정선에 되게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Q. 세미의 절친인 하은 역의 김시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한 달 동안 찍은 작품인 만큼 가까워지는데 시간이 짧게 느껴졌을 것 같다.

A. 촬영은 짧았는데 촬영하기 전, 사전에 되게 자주 봤었다. 리허설도 많이 했는데, 리허설만 많이 한 게 아니고 밖에 날씨 좋은 날 공원에 앉아 있고, 공원에서 원반 던지기를 하고 아무 이유없이 밥을 먹고 이런 자리를 가졌다. 그러면서 시은 배우 자체에 대한 캐릭터의 이해, 시은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일단 감독님, PD님, 시은 배우, 나 넷이 있을 때 너무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이 되니까 사전에 만들어 왔던 게 작업할 때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고, 현장에서는 시은이가 너무 하은이로만 보였다.

Q. ‘너와 나에서 세미가 ‘체념을 부르는 장면은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다. 세미의 감정이 느껴지는 장면인 만큼, 이 장면의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A. ‘체념이라는 노래 가사가 그렇게 슬픈지 처음 알았다. 너무 익숙한 노래이다 보니까 몇 번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그 가사를 거의 외우고 있었더라. 그렇게 외우고 있는 정도로 익숙한 노래임에도, 이 노래가 너무 슬프고 절절하다까지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하은이와 이제 그 관계를 오해하고, 큰 오해를 품고 실연을 당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내키지 않지만, 친구가 시켜서 부르는 거다. 계속 가사에서 ‘왜 말 안 했니라고 하는데, 하은이가 생각이 나더라. 사실 원테이크로 끝까지 부르는 게 준비하고 생각할 때는 부담이 됐었는데 막상 찍으니까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더라. 그래서 테이크 한 두 번 정도만에 수월하게 찍었었다. 또 도움이 된 건 이건 좀 웃기지만, 촬영하는 스태프분들이 우시더라. 그래가지고 그 분위기가 모두가 이입을 하다 보니 조금 더 찍는데 그 공기가 그래서 그런지 수월하기도 했던 것 같다.

Q. 박혜수의 노래 실력이 뛰어난 것은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미의 노래 실력에 대한 설정은 사정에 된 부분일까.

A. 세미가 노래를 어느 정도 잘하는 아이일지 감독님과 상의를 했다. 아예 못 불러야 하는지, 조금 잘 불러야 하는지 이야기를 했을 때 감독님이 ‘세미는 노래를 원래 잘 부르는 친구다라고 정해주셨다. 박혜수로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노래하는 모습이 매체에 많이 노출이 됐었으니까, 세미로 부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너와 나 박혜수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Q. 조현철 감독의 영상적인 연출도 인상깊었다. 조현철 감독과 호흡을 맞추면서 어땠는지, 또 조현철 감독의 연출적인 부분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A. 사전에도 사무실에서 연출부 스태프분들과 감독님, PD님이랑 많이 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되게 소통이 잘 됐었는데, 뭔가 그동안 영화작업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모든 스태프분들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현장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독립영화가) 이런 매력이 있구나. 스태프분들 규모가 엄청 크지 않다 보니까 한 분 한 분 다 소통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그게 가능했던 게 감독님이 이 영화에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분들을 꾸려주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가 이 영화에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계셨다. 세미랑 하은이를 가지고 토론하면서 누가 잘했니 못했니, 누가 서운하게 했고 이런 이야기도 나눴다. ‘너와 나라는 영화를 가지고 수도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나 살아가는 방식, 서로에 대한 상처도 스스럼 없이 꺼낼 만큼 가까워져서 현장에 갔을 때도 엄청 편안했고, 감독님이 특별히 디렉션을 막 주지 않으셔도 그런 과정이 있었다 보니까, 다른 걸 원하시면 이미 이해해버리는 그런 상황이었다. 물흐르듯이 매 순간이 흘러갔던 것 같다.

Q. 조현철 감독은 배우이기도 하다. 몰입도 높고 생생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인데, 현장에서 직접 연기로 상황을 설명하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다.

A. 동선이 길다든지, 정말 세밀하지만 남들이 모를 수도 있지만 감독님이 원하시는 포인트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런 거는 직접 보여주시고 하셨다.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가 밤에 교실에 간 장면이다. 하은이가 동방에서 자다가 마주칠 때, 커튼에서 돌아나올 때, 앞머리에 커튼이 1초 정도 걸려 있으면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 디테일도 감독님이 실제로 하면서 ‘이런 느낌이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인상적이었다. 직접 보여주시기도 하고 엄청 디테일하기도 하니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보여주시면 그 느낌이 이해가 가니까 그래서 재밌었다.

A. 정말 세심하시다. 신 하나를 만들 때 작은 디테일까지 보시고 계시는 게 느껴지고 배우가 조금 어딘가 불편한 점이 있다 하면 본인이 배우시다 보니까 바로 알아차리시는 것 같더라. 다 해결해주려고 하시고 그런 부분도 배우들한테 다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주신 것 같다. 관객들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게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신 것 같다.

Q. 박정민의 특별출연도 재밌었다. 워낙 다양한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배우로 유명한데, 직접 본 소감은 어땠나. 놀라웠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A. 수많은 애드리브에 놀랐던 게 테이크마다 다르게 하셨다. 그걸 정말 준비해오신건지, 아이디어가 순간 순간 천재적이게 번득이시는건지 알 수는 없지만, 정말 신기했다. 편집기사님이 ‘너무 신기한게 더블 액션이 다 맞아 하셨다. 어떻게 붙여도 다 붙을 수 있게 하셨다고 하시더라. 그런 점도 ‘어떻게 그걸 가능하게 하시지? 했다. 너무 멋있었다. 사실 토리 아범에게는 화가 나 있어서 화만 내서 많은 신이 붙지는 않아서 아쉬웠었다.

Q. 박혜수가 볼 때 ‘너와 나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각자의 상처가 있는 모든 분들께 다 다른 저마다의 위로를 선물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부터 일곱, 여덟 번 본 것 같다. 마지막에 세미가 하은이를 안아주면서 ‘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다 괜찮아라는 말이 내가 처해있는 상황마다 다른 ‘괜찮아라 다가온다. 관객분들도 보시면서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어쨌든 또 한 편으로는 참사에 대해서 추모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영화이다 보니까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보시고 좀 다같이 지금 시간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Q. 교복도 오랜만에 입었을 텐데, 10대의 역할을 하고 또 나이가 어린 김시은과의 호흡을 맞출 때 또래로 보이기 위해 걱정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나.

A. ‘이게 내 마지막 학생 역할이겠다 싶었다. 막상 시은 배우가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데 나는 시은이가 교복 입은 걸 보니까 고등학생 같더라. 그 힘을 받아서 편안하게 동화됐던 것 같다. 항상 동생의 포지션이 너무 익숙한데 내가 동생이 아니고 언니 포지션으로 작품을 하다 보니까 조금 오히려 더 어렵더라. 오히려 언니들한테는 장난을 치고 해도 귀여워 해주고 하는 게 있었는데 혹시나 나를 어려워하지 않을까 다가가기도 멀리 있기도 하는 뭔가가 있었는데, 다행히 다들 돈독해지셔서 다행이었다.

Q. 그렇다면, 언니로서 맛있는 걸 사주기도 했을까.

A. 감독님과 PD님이 음식을 많이 사주셨다. 스태프 열 몇 분을 부르셔서 감독님이 훠궈를 해주신 적이 있었다. 엄청 많은 양을. 그때 다같이 엄청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감독님이 엄청 요리를 잘하신다. 보답은 미래에 차차 해야죠. (웃음)

Q. ‘너와 나의 예고편과 본편이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관객분들에게 이런 점을 봐달라고 부탁할 기대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A. 많은 메시지들이 들어있지만, 하나 생각나는 거는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쯤 세미였던 적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 그리고 그 표현이 서툴렀던 순간, 부끄럽지만, 기억들을 꺼내면서 영화를 보셔도 이 영화가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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