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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팬들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고맙다 해 주셔서 저도 정말 감사합니다"
입력 2023-10-26 10:11  | 수정 2023-10-26 10:12
MBN 프레스룸에 출연한 이정후. 출처 = 연합뉴스, 제작 = MBN.
"팬들이 보시는 저의 마지막 모습이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고 싶지 않았어요."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는 KBO 최고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자신의 마지막 타석을 회상하며 한 말입니다.

이정후는 어제(25일) MBN '프레스룸 LIVE'에 출연해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고척 홈 경기에서 대타로 들어선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정후는 지난 7월 2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뒤 수술까지 받으며 사실상 시즌을 마감했지만, 홈 최종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키움 팬들은 이정후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했는데, 이정후는 그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고 기억했습니다.

이정후는 "저는 야구 선수이고, 야구 선수이기 전에 야구가 일이어서 그냥 제 일을 열심히 했던 것 뿐인데 팬 분들이 고마웠다고 해주시니까 그게 정말 저도 감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팀이 좀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 제가 다쳐서 팀에 도움이 못 된 점이 가장 미안하고 죄송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정후.
사진 = MBN 프레스룸 라이브 중.
키움에서 7년간 뛰면서 최고의 순간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작년 시즌을 꼽았습니다. 이정후는 "작년에 저희 팀을 하위권으로 분류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저희가 그걸 깨고 좋은 성적을 냈다"며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팀으로 봤을 때도 최고의 해였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좋았던 경기, 그렇지 않았던 경기도 모두 야구의 일부분인 만큼, 모두 기억하고 싶다는 겁니다.

자타공인 KBO 최고의 타자인 이정후는 데뷔 시즌부터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2017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골든글러브, 지난해에는 타격 5관왕(타격왕·최다안타왕·타점왕·장타율왕·출루율왕)에 오르며 리그 MVP까지 수상했습니다.

어떤 타이틀이 가장 소중하냐고 묻자 이정후는 의외의 답을 했습니다. 고졸 1년차 신인이었던 2017년 전 경기(144경기)를 출전한 기록이 가장 애착이 간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정후는 "MVP도 좋고 골든글러브도 좋고 다 좋은데, 고졸 신인 전 경기 출장은 뭔가 앞으로 안 깨질 것 같은 기록"이라며 "제가 하기 전에도 한번도 없었던 일인데 아마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2월에 졸업한 고등학생이 바로 144경기를 다 뛰는 것은 사실 저희 구단이기 때문에 기회를 준 것이지 다른 구단이었으면 힘들었다"며 키움 구단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 올시즌 마지막 타석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이정후.
사진 =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 획득에 일조한 매제이자 친구인 고우석(25·LG 트윈스)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이정후는 "우석이가 마지막에 경기를 끝낼 기회가 왔고, 흔들릴 법한 상황에서도 잘 막아냈다"며 "진짜 진심을 다해 정말 고생했다고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석이가 금메달을 딴 뒤 울고 있더라"며 "그래서인지 축하보다는 솔직히 그걸 놀리기 바빴던 것 같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덤덤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정후는 "사실 아직은 와 닿지도 않고, 정말 미국에 (좋은 계약으로) 진출한다 하더라도 막 들뜰 것 같지도 않다"며 "사실 제 성격이 원래 그래서 이런 상태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김하성.
사진 = 연합뉴스.
KBO를 거쳐 메이저리그 스타가 된 선배들에 대해선 동경심을 드러냈습니다.

우선 키움 선배이자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김하성(28·샌디에에고)에 대해선 "하성이 형은 이미 저보다 훨씬 높은 클래스에 있는 선수이고, 저는 이제 막 시작하는 선수여서 형만큼 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극찬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상대해 보고 싶은 투수에 대해선 고민없이 류현진(36)을 꼽았습니다. 이정후는 "류현진 선배님이 한국 계셨을 땐 제가 학창 시절이었고, 제가 프로에 들어왔을 땐 선배님이 미국에 계셨다"며 "제가 선배님 볼을 치려면 제가 미국에 가는 수밖에 없더라"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류현진 선배님은 과거에도 지금도 한국 최고의 투수"라며 "한국 최고의 투수 볼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후는 KBO에 이어 MLB도 정복할 수 있을까.
사진 = 연합뉴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마음을 5글자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잘할 수 있어"라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역시 이정후다웠습니다.

"사실 7년 전 이맘 때로 돌아가서 7년 후 이맘 때 뭐 할 거냐고 물어본다면 제가 이러고 있을 거라고 상상을 안 해봤거든요. 제가 미국에 가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거지만, 일단은 마음을 굳게 먹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가야 조금이라도 제가 잘할 수 있을 가능성도 생기는 것 같아요. 또 남자라면 프로야구 선수라면 그런 생각을 갖고 열심히 도전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서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김한준 기자 / beremoth@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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