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캠핑 안전 2편> 밖에서 마시는 맥주가 위험한 이유 [강세현의 재난백서]
입력 2023-10-23 14:07  | 수정 2023-10-23 14:07
2015년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 현장 (연합뉴스)
캠핑 화재 원인 1위 '전기적' 요인
모닥불 없어도 안심하면 안 돼
배터리나 전선 많은 캠핑카도 주의

선선한 저녁,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참 행복합니다. 아이가 있는 부부들은 아이를 재우고 맥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를 혼자 텐트나 캠핑카에 두는 일은 주의해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캠핑 안전 1편에선 2015년 강화도로 글램핑을 떠났다가 텐트 화재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진 사건을 다뤘습니다. 사고를 계기로 법까지 개정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었죠.

<캠핑 안전 1편> 화마가 집어삼킨 텐트 ( https://www.mbn.co.kr/news/society/4968137 )

2편에서는 캠핑을 할 때 불이 나는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다루겠습니다.


최근 3년간 캠핑 화재 원인 (행안부·소방청)
캠핑 화재 원인 1위는?

캠핑장은 불이 나기 쉬운 환경입니다. 밖에선 모닥불을 피우고 텐트 안에선 전기난로나 화목난로를 쓰기도 하죠. 하지만 활활 타는 불 만큼 조심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전기' 입니다.

최근 3년간 캠핑 관련 화재의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캠핑과 관련해 발생한 화재는 총 173건입니다. 이 불로 2021년에 1명이 사망하고, 지난해에도 2명이 숨졌죠. 부상을 입은 피해자는 20명입니다.

화재 원인을 살펴보면 '전기적' 원인이 43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캠핑장 화재 4건 가운데 1건은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겁니다. 다음으로 불씨나 불꽃 때문에 난 화재가 32건을 차지했고, 기계적 요인(21건), 담배꽁초(14건)가 뒤를 이었습니다.


요즘 캠핑을 할 때 많은 분이 전기를 사용합니다. 캠핑장에 전기 콘센트가 갖추진 곳도 많고 자동차를 이용해 전기를 얻기도 하죠. 전기장판, 전기난로 같은 난방용품부터 인덕션 같은 주방 기구까지 다양한 전기 제품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때 하나의 멀티탭 너무 많은 제품을 꽂아서 쓰다가 불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콘센트 수가 부족하다 보니 멀티탭을 사용해 과도하게 전기를 쓰는 거죠. 또 비가 내려서 수분이 콘센트에 들어가 불이 나기도 합니다. 모두 주의해야 합니다.

또 전기 제품을 사용할 때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고 전력이 큰 제품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소화기도 챙겨야 합니다.


지난 4월 전주에서 발생한 캠핑카 화재 (전북소방본부·연합뉴스)
캠핑카도 안심하면 안 돼

캠팡카를 타고 방방곡곡으로 떠나는 분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12년 1,925대에 불가했던 캠핑카 등록 대수는 2015년 5,716대로 3배가 늘었고 2021년엔 29,494대를 넘어섰습니다. 10년 만에 15배가 늘어난 겁니다.

캠핑카가 늘어나며 자연스레 캠핑카 화재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2년 34건이던 화재는 2018년엔 53건까지 늘었고 2021년에도 49건의 불이 났습니다. (「캠핑카 화재의 실태 및 예방대책 분석」 이의평)

캠핑카는 텐트보다 단열이 잘 되고 전기매트나 히터가 장착돼 있어 안에서 불을 사용할 일이 적습니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캠핑카엔 전기를 사용하는 물품이 많이 설치돼 있고 배터리와 전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차량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대비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캠핑카 화재는 전선이나 배터리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9년 한 캠핑카는 배터리에 연결된 전선 피복이 차량 운행 중에 마찰로 손상돼 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배터리와 전선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차주가 이 사실을 모르고 계속 사용하다 불이 난 거죠.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다 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려고 손잡이를 돌려도 불이 붙지 않았고 이를 수차례 반복하다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손잡이를 돌리는 과정에서 밀폐된 캠핑카에 가스가 찼고 이 가스가 폭발해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린이 혼자 둘 때 더 주의

전기를 사용한 캠핑용품 사용이 늘며 텐트나 캠핑카 안에 불이 없더라도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닥불을 멀리서 피웠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아이를 혼자 캠핑카나 텐트에 둘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자는 사이 불이 나면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불이 나면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가 나오고 이 가스를 한 번만 들이마셔도 정신을 잃게 됩니다. 불이 난지도 모르고 그대로 쓰러지고 코앞에 있는 문을 끝내 열지 못하는 거죠.

실제로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에서도 희생자들은 유독가스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텐트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불이 났다는 것을 밖에서 알아차렸을 땐 이미 늦을 수 있는 만큼, 텐트나 캠핑카에서는 되도록 보호자가 함께 있는 게 중요합니다.

[ 강세현 / accent@mbn.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