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도심 곳곳 송충이처럼 생긴 '이 벌레' 천지…심지어 해충
입력 2023-10-22 14:25  | 수정 2023-10-22 14:26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산책로를 기어가는 미국흰불나방 유충 /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 곳곳 미국흰불나방 유충
산림청 65년 만에 '경계'로 상향


올가을 서울 도심 공원 곳곳에 송충이처럼 생긴 벌레가 출몰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생김새가 비슷해 흔히 송충이로 오해받는 이 벌레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이는 활엽수 잎을 갉아 먹으며 주로 도심의 가로수·조경수·농경지 과수목 등에 피해를 주는 해충입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1년에 2회 정도 발생하며, 성충은 한 마리가 600~700개의 알을 잎 뒷면에 낳습니다. 이 나방은 올해 불볕더위·폭우 영향으로 유충의 생존·활동량이 늘어나고 성충 발생 시기도 예년보다 빨라져 피해가 커졌습니다. 이상기온 탓의 요즘에는 10월까지 출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가을철 온도가 예년보다 1∼2도 올라가면서 미국흰불나방 유충 2세대 성충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3세대까지 성충이 되는 비율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망원한강공원을 산책하던 마포구 주민 박모(76) 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 이곳을 산책하는데 올해는 말도 못 할 정도로 (벌레가) 많다"며 몸을 움츠렸습니다. 또 "오늘 30분 정도 걸었는데 100마리도 넘게 본 것 같다"며 "볼 때마다 밟아서 죽였는데 계속 나오니 징그럽고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습니다.

산림청은 지난 8월 말 "경기·충북·경북·전북 등 전국적으로 미국흰불나방의 밀도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1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미국흰불나방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1958년 이후 처음입니다.

산림병해충 방제 규정 제6조에 따르면 경계 단계는 외래·돌발병해충이 2개 이상의 시·군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거나 50㏊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산림청 조사 결과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배 이상 증가했다"며 "올해 (유충이) 많이 나올 경우 내년에도 많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경계로 발생 예보 단계를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박사는 "개체수가 늘어난 것을 이상기후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지만 올해의 경우 가을철 온도가 높다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흰불나방 유충에 대한 방제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활엽수 잎에서 알을 무더기로 낳고 벌레집 안에 숨어 활동하는 종 특성 때문입니다. 특히 한강공원의 경우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살충제 등 화학약품은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됩니다.

미래한강본부 녹지관리과 담당자는 "고압 살수로 해충을 떨어뜨린 뒤 정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떨어져도 다시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거나 옆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완전한 방제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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