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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가득 찬 컵을 들고 있듯 ‘오픈 더 도어’[M+Moview]
입력 2023-10-18 06:02 
‘오픈 더 도어’ 리뷰 사진=㈜컨텐츠랩 비보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픈 더 도어를 통해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파멸의 문이 열렸다.

영화 ‘오픈 더 도어(감독 장항준)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이다.

장항준 감독이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스릴러 장르이자, 콘텐츠 비보의 대표 송은이가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다.

#. 파멸의 문이 열리다
시작은 평범한 일상으로 시작된다. 매형 문석(이순원 분)을 만나러 간 치훈(서영주 분)은 술을 함께 마시며 과거의 이야기를 풀며 유쾌한 시간을 보내다. 그러던 중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치훈의 모친(강애심 분)이 살해됐던 그날의 사건이 거론되며 분위기가 전환된다.


더불어 치훈은 자신의 누나 윤주(김수진 분)가 매형에게 맞았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왜 누나를 때렸는지를 물으며 다시 그러지 말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매형의 입에서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공개된다.

그 순간 공기는 얼어 붙은 것처럼 차가워지고, 극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찬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문석과 치훈의 팽팽한 심리전, 그리고 이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호기심을 자극하며 첫 챕터의 문이 닫히고 두 번째 챕터의 문이 열린다.

챕터의 문이 얼릴 때마다 시간은 역순으로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의 감정이 겹겹이 쌓이기보다는 그들의 이면이 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만 두 번째 챕터에서는 윤주와 치훈의 통화가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윤주의 울음 섞인 하소연이 반복되다 보니 다소 피로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답답함과 함께 술에 의해 오락가락 이야기를 바꾸는 윤주의 태도에 치훈과 같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피로 섞인 챕터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이 벌어진 이유에 다가가게 된다. 이미 범인은 밝혀진 상태, 그렇다면 그 범인은 어떤 이유로 치훈의 모친을 살해한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욕심이 불러오는 ‘화를 우리는 맞닥뜨리게 된다. 한계의 상황에 몰린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우리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이 흐릿한 판단력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 혹은 정말 현실적으로 내린 판단일지, 그저 답답하면서도 분노를 유발하기도 하면서 애잔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어쨌든 그 선택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그 선택이 부른 ‘파멸을 이미 알기에, 이 결과에 대한 먹먹함도 동반된다.

그렇기 때문에 또 한 번 문이 열리면 우리는 또 다른 선택이 기다리고 있음을, ‘파멸의 순간으로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 분노와 슬픔, 배신감 여러 인물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터진다. 총성과 함께 붉게 물든 바닥, 그리고 그 속에서 치훈의 모친의 간절한 마지막 눈빛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충격적인 전개, 긴박하게 펼쳐진 상황,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저마다의 간절함이 강렬하게 터지며 미스터리했던 상황이, 지극이 일상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이런 일상적인 공포는, 이내 마지막 문이 열리며 더욱 가슴 저릿한 아픔을 선사한다. 마지막 챕터는 그 어떤 문과는 달리 활짝 열린 채 닫힐 줄 모른다. 하지만 다시 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문이 주는 여운은 앞서 섬세하게 풀어진 인물들의 심리 싸움, 일상적인 스릴러, 인간의 욕심이 불러오는 파멸 등으로 인해 더욱 진하게 남는다.

그만큼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일상적이고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흐릿한 판단, 실수로 치부되는 순간들이 주는 공포가 71분이라는 길진 않은 러닝타임 동안 서서히 가득 찬다. 물을 가득 채운 컵을 들고 있듯, ‘오픈 더 도어는 언제 넘칠지 모르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순간들이 넘실거리는 인간의 감정을 더욱 요동치게 만드는 일상적인 스릴러로서의 매력을 보여준다. 오는 25일 개봉.

[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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